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위한 인공지능(AI) 칩 'H20'의 생산을 재개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이 거듭 전해졌다. 대신 이번에는 차세대 블랙웰(Blackwell) 아키텍처 기반의 'B30' GPU를 준비 중이라고 알려졌다.
대만 커머셜 타임스는 21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 H20의 중국 수출을 재개하도록 허용하며, 하반기 출하량이 40만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현재 대만 내 반도체 공급망에 적체된 H20 칩 재고는 약 100만개에 이르며, 이중 약 70만개가 완제품 상태로 알려졌다
올해 초 미국 정부의 수출 제한 조치로 인해 엔비디아는 H20 생산을 중단하고 기존 주문 물량만 소진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TSMC에 예약했던 생산 용량도 포기해야 했으며, 1분기에는 판매되지 않은 재고에 대해 45억달러의 손실 처리도 단행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H20과 AMD의 'MI308'의 수출 재개를 허용했지만, 엔비디아는 당장 H20 생산을 재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H20을 제작하는 TSMC 생산 라인은 이미 가동률이 포화 상태이며, H20용으로 예약됐던 생산 용량은 다른 고객사로 재배정된 상태다.
게다가 TSMC의 N4 공정 기반 칩 생산 주기가 약 3개월임을 감안하면, 만약 오늘 당장 생산 재개가 결정되어도 실제 제품은 10월 말이나 11월 초에나 고객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그러나 엔비디아가 이미 더 효율적인 블랙웰 아키텍처 기반 차세대 GPU를 준비 중인 상황에서, 호퍼(Hopper) 기반 H20 생산을 재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용으로 준비 중인 블랙웰 기반 B30 GPU는 H20 대비 10~20% 정도 성능이 낮지만, 가격은 30~40% 저렴할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웰 아키텍처는 호퍼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에, B30은 성능 측면에서 미국의 수출 규제 기준을 충족하면서도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 타임스도 지난 19일 엔비디아가 H20 재고 물량만 중국에 판매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다만, 당시에는 차기 칩으로 'RTX 6000D'를 생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엔비디아는 아직 블랙웰 기반 중국용 GPU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블랙웰 GPU가 기본 블랙웰 아키텍처인지, 또는 FP4 성능 향상 기능이 포함된 블랙웰 울트라인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