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군의 전자전 능력 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 안보의 핵심 과제다.
급변하는 안보 환경 속에서 독자적인 전자전 역량을 확보하는 것은 단순한 전력 증강을 넘어, 기술 주권과 국방 역량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중대한 기회다.
2026년부터 2034년까지 1조9206억원을 투자해 전자전기를 개발한다. 이를 위해 올해 사업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국형 전자전기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핵심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여야 한다.
■ 안정적인 작전 운용을 위한 '국산화'와 '체계통합’
전자전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한반도 전역에서 안정적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100% 가동할 수 있는 높은 가용성이 필수적이다. 해외 기술에 의존할 경우, 유사시 부품 수급이나 기술 지원에 제한이 발생해 작전 수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임무 장비 개발, 기체 개조, 감항 인증까지 100% 국내 기술로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기술 주권을 확보하고 향후 수출 시 발생할 수 있는 제한을 사전에 차단하는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해외 선진 사례들(미국, 터키, 영국, 이스라엘 등)이 보여주듯 항공기 체계통합업체 주도의 사업화가 필수적이다. 전자전기는 단순히 장비를 탑재하는 것을 넘어, 임무 장비와 항공기 플랫폼을 통합하는 복잡한 과정이 수반된다. 국내 방위산업체의 뛰어난 체계통합 역량을 활용함으로써 우리 공군의 요구 사항을 가장 잘 반영한 최적의 전자전기를 개발할 수 있다.
■ 미래를 위한 '기술 초격차'와 '확장성’
전자전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과거 기술에 머무르지 않고, 인공지능(AI)과 기계학습(ML)을 활용한 신호 분석, 그리고 더욱 정교하고 강력한 재밍 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하여 '기술 초격차'를 확보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최신 장비를 도입하는 것을 넘어, 지속적인 연구 개발 투자를 통해 미래 전장 환경에서 우위를 점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또, 전자전 능력은 한반도에만 국한될 수 없다. 주변국인 중국, 일본 등 잠재적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이들 국가의 주파수 대역을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 확장된 전자전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통해 동북아시아 전체의 안보 지형을 고려한 광범위한 작전 수행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KF-21 전투기의 핵심기술인 AESA 레이다, EOTGP(전자광학 표적추적 장비), IRST(적외선 탐색 및 추적 장비)를 성공적으로 개발한 경험은 한국형 전자전기 사업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 기술들은 단순히 개별 장비 개발에 그치지 않고, 전자전 및 센서 체계통합 능력을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전기는 적의 전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이 핵심이므로, KF-21을 통해 확보한 고성능 레이더 및 광학 센서 기술은 전자전 장비 개발에 직접 활용될 수 있다. 특히, 복잡한 항공전자 시스템을 기체에 효과적으로 통합하는 체계통합 역량은 전자전기와 같이 다양한 임무 장비를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하는 사업에서 필수적이다. 따라서, KF-21 사업에서 검증된 기술력과 경험은 한국형 전자전기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한 기반이 될 수 있다.
■ 전자전의 신경망, '데이터링크' 기술
전자전기 사업에서 데이터링크 기술은 단순한 통신 수단을 넘어, 작전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아무리 뛰어난 정보수집 기능도 실시간으로 안전하게 공유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데이터링크는 전자전기가 수집한 방대한 정보를 아군 전력 전체에 지연 없이 전달하는 '신경망'과 같다. 고속, 고용량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데이터링크 기술은 공중의 전자전기, 지상의 지휘통제소, 그리고 다른 아군 항공기들을 하나의 유기체처럼 연결한다.
이를 통해 아군 전체의 상황인식 능력을 극대화하고 즉각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합니다. 또한, 여러 대의 전자전기가 각각 다른 주파수 대역을 탐지하고, 이 정보를 통합하여 한 번에 여러 위협에 대한 복합 재밍을 수행하는 '네트워크 중심 전자전' 개념을 실현하는 기반이 된다. 국내 기술로 고성능 데이터링크를 개발하는 것은 한반도 전역의 전자전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한국형 전자전기 사업은 단순히 한두 대의 항공기를 도입하는 사업이 아니라, 대한민국 공군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역량을 구축하는 중대한 사업이다. 국내 기술 주도, 미래 기술 도입, 확장성, 체계통합 역량, 그리고 핵심인 데이터링크 기술 확보라는 다섯 가지 핵심축을 중심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한반도와 주변국의 안보 환경은 물론, K-방산의 역량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자주국방의 토대를 굳건히 하는 길이다.
양현상 전문 위원(방산우주산업연구소 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