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K-방산은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며 '수출 효자'로 자리매김했다.

2030년까지 연간 300억 달러 수출 달성이라는 야심찬 목표는, 대한민국이 세계 4대 방산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기대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러한 장밋빛 전망 이면에는 목표 달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한계와 현실적인 도전 과제들이 숨겨져 있다.

현재의 성공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 이유를 냉철하게 짚어봐야 할 시점이다.

 '폴란드 특수' 이후의 공백 우려

최근 K-방산 수출의 비약적인 증가는 폴란드와의 대규모 계약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K9 자주포, K2 전차 등 지상 무기 체계 중심의 계약이 단기간에 대규모 수출 실적을 견인했다. 문제는 이러한 '단일 고객' 및 '단일 무기 체계' 의존도가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폴란드와의 계약 물량 납기가 마무리된 이후에도, 과연 비슷한 규모의 신규 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수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지 못한다면, 300억 달러 목표는 일시적인 정점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가성비’의 한계와 기술 초격차의 난관

K-방산의 가장 큰 경쟁력은 '뛰어난 가성비'다. 이는 경쟁국 대비 합리적인 가격으로 신속하게 무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지만, 기술력 자체의 절대적 우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미래 전장의 판도를 바꿀 무인화·AI, 극초음속 무기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아직 우리는 전통적인 방산 강국에 비해 뒤처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재명 정부가 '기술 초격차'를 강조하고 있지만, 단기간 내에 수십 년간 축적된 선진국의 기술력을 따라잡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가성비에만 의존하는 전략은 장기적으로 기술 경쟁에서 밀려나 수출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국제 정치의 복잡한 방정식

방산 수출은 단순히 제품의 성능과 가격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이는 해당 국가와의 외교적·군사적 동맹 관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정치적 행위'이다.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 전통 방산 강국들은 무기 수출을 통해 전략적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러한 '방산 외교'의 경험과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수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수출 대상국에 대한 선진국의 견제나 국제적 규제 등 복잡한 정치적 변수에 직면할 수 있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있다고 해도, 이러한 국제 정치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이다.

 지속적인 투자와 인프라 구축의 불확실성

300억 달러 수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꾸준한 연구개발(R&D) 투자와 함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강력한 산업 생태계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 지원은 경기 변동이나 정책 우선순위 변화에 따라 흔들릴 수 있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협력 역시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히기 쉽다. 특히, 미래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민간의 과감한 투자와 정부의 일관된 지원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K-방산의 성장은 언제든 멈출 수 있다. 현재의 긍정적인 분위기에 취해 장기적인 인프라 구축을 소홀히 한다면, 300억 달러 목표는 단순한 숫자로만 남게 될 것이다.

 혁신을 이끌 리더십 교체의 필요성

K-방산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전략과 비전을 현실로 만들어낼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수적이다. 최근 정치적 혼란으로 인한 '컨트롤타워' 부재 우려와 관료주의적 의사결정 구조가 K-방산의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무기 수출 협상은 신뢰도와 안정성이 중요한 요소이므로, 정책적 불확실성은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또, 방산 관련 기관장들의 전문성과 혁신성 부족에 대한 비판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특히 방위사업청과 같은 주요 기관의 경우, 군사적 전문성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의 트렌드와 산업 생태계를 이해하는 산업적 마인드를 갖춘 문민 리더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거나 변화를 두려워하는 리더십으로는 급변하는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정부기관, 방산 대기업, 중견중소기업 임원, 스타트업 창업, 그리고 대학 강의까지 경험한 필자의 관점에서 볼 때, 방위산업 생태계의 모든 주체(정부, 대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 학계)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이들을 하나로 묶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세밀한 방법론을 가진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시장 변화를 예측하고, 과감한 투자와 연구개발을 이끌며, 민간과의 협력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과 역량을 갖춘 리더가 필요한 때이다. 조직의 혁신은 결국 사람에게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K-방산이 기록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 성과를 지속적인 성장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낙관적인 전망 뒤에 숨겨진 구조적 한계와 도전 과제를 직시해야 한다. 단일 고객 의존도 해소, 기술 초격차 확보, 외교적 역량 강화, 장기적인 산업 생태계 구축, 그리고 혁신적인 리더십의 확보 없이는 2030년 300억 달러 수출 목표는 쉽게 달성하기 어려운 '험난한 여정'이 될 것이다.

양현상 전문 위원(방산우주산업연구소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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