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의 한 레미콘 공장에서 노동자 2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21일 오후 1시 29분께 발생했으며, 탱크 내부에서 혼화제를 청소하던 노동자가 쓰러지자 동료들이 차례로 들어갔다가 연이어 의식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탱크 내부에서 기준치를 넘는 황화수소와 이산화탄소를 확인했으며, 경찰과 노동당국은 정확한 원인과 안전 장비 착용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현장 안전사고를 넘어, 우리 산업 현장에서 반복되는 하청 구조의 위험 전가와 책임 회피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특히 위험하고 고된 작업일수록 하청·재하청으로 내려가면서 실제 작업자들은 최소한의 안전 장치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이 드러났다.
사고가 발생하면 원청과 하청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정작 피해는 노동자와 그 가족에게 집중된다. 산업재해는 비용 절감이나 효율성만을 앞세운 구조적 문제의 산물이다.
이제는 기업이 단순히 법적 책임을 피하는 수준을 넘어, 안전 확보와 유가족 생계 보장까지 포함한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상과 생계 대책: 법정 산재 보상금만으로는 남은 가족의 생계를 지탱하기 어렵다. 기업은 도의적 책임을 다해 장례 지원, 장기적 생활비, 자녀 교육비 등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원청 책임 강화: 위험 작업을 하청에 떠넘기는 관행을 규제하고, 원청이 안전 관리와 사고 책임을 연대해 지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 필요성: 반복되는 사망재해 문제는 노동계·기업·정부·시민사회가 함께 논의해 '생명보다 값싼 비용 절감 관행'을 근본적으로 끊어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이제 산업재해는 단순히 '안전 불감증'이나 '개별 현장의 관리 소홀'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기업이 노동자의 생명과 유가족의 삶까지 책임지는 자세를 보일 때, 사회는 신뢰를 회복할 수 있고, 비극적 사고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AI 기반 안전관리 및 사후 대응, 어떻게 도움이 되나
산업 현장의 안전 문제는 늘 '사고가 난 뒤'에야 대책이 마련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AI(인공지능) 기술이 도입되면서, 사고를 미리 막고 불가피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더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이 가능해지고 있다.
먼저, 사고 예방 단계에서 AI는 현장의 눈과 귀 역할을 한다. 밀폐된 공간이나 탱크 내부 같은 위험 작업 구역에는 각종 센서가 설치되는데, 이 센서와 연결된 AI가 유해가스의 농도를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만약 황화수소나 이산화탄소 수치가 위험 수준에 도달하면, 경고음을 울리고 관리자와 작업자에게 즉시 알림을 보낸다.
또한 CCTV 영상을 통해 노동자가 보호구(방독면, 안전모, 안전벨트 등)를 제대로 착용했는지도 자동으로 확인할 수 있다.
혹시 미착용이 감지되면, AI(인공지능)가 곧바로 현장 관리자에게 알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만약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도 AI는 발 빠르게 움직인다.
작업자가 쓰러지는 모습이나 비정상적인 움직임이 감지되면 AI는 이를 곧바로 인식하고, 현장 경보와 동시에 소방 당국이나 119에 자동으로 구조 요청을 보낼 수 있다.
사람 대신 투입되는 드론이나 로봇을 활용해 밀폐 공간 내부를 신속히 확인하고 환기를 돕는 등 2차 피해를 막는 역할도 할 수 있다.
게다가 작업자들이 착용한 생체 센서를 통해 심박수나 호흡 상태가 실시간으로 의료진에게 전달되면, 응급구조 도착 전에도 초기 대응지침을 받을 수 있어 생명을 구할 가능성이 커진다.
사고가 수습된 이후에도 AI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고 발생 당시의 데이터가 자동으로 기록·분석되기 때문에, 어떤 요인이 문제였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는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 자료가 되고, 실제 현장에서는 VR(가상현실) 시뮬레이터를 통해 체험형 안전 교육에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모든 기록이 투명하게 남기 때문에, 원청과 하청이 책임을 회피하는 관행도 줄어들고, 제도적 책임을 강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결국, AI 시스템은 ▲위험을 미리 감지해 예방하고, ▲사고 발생 시 즉시 구조를 연결하며, ▲사고 이후에는 데이터를 분석해 개선책을 마련하는 ‘안전의 전 과정’에 관여하는 새로운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기업의 책임 의식과 결합될 때 비로소 노동자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실질적 대안이 될 것이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