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산 수출은 지난해(2024년) 130억 달러를 넘어 세계 9위에 올랐다. 폴란드·중동 등 일부 수출 성과에 힘입은 결과지만, 이미 한국이 ‘글로벌 톱10 방산 수출국’ 반열에 올랐다는 점은 분명하다. 우주산업 역시 2022년 기준 약 5천억 달러(약 660조 원) 규모에서 2040년 1조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 산업의 약점은 분산 투자와 공급망 단절이다. 경남 사천은 항공·위성 하드웨어, 전남 고흥은 발사체 인프라를 보유했지만, 이를 하나로 엮는 연결축이 부족하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필자가 제안하는 ‘경남-전남 방산·우주산업 벨트’ 구상은 단순한 지역 개발 차원이 아니라, 분산적 투자와 공급망의 단절을 해소하는 국가 전략이다. 경남 사천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중심으로 항공기·위성체 제작 역량을 갖췄고, 전남 고흥에는 국내 유일의 나로우주센터가 있다. 문제는 이 두 거점이 축적한 기술과 시설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이를 하나의 산업 벨트로 연결해야 한국이 생산·발사·수출까지 이어지는 완결형 생태계를 가질 수 있다.
이 벨트의 중심축은 광양만권으로 철강·석유화학·항만 기반 위에 방산·우주산업을 접목할 최적지다. 연간 2400만 TEU 이상을 처리하는 광양항은 세계적 항만이다. 여기에 방산·우주 전용 터미널과 스마트 물류 인프라를 입히면 한국은 동북아시아 최초로 ‘생산-발사-수출’이 3시간 내 연결되는 완결형 공급망을 갖추게 된다. 이는 단순한 산업단지 조성이 아닌 국가 전략적 산업 거점으로서의 도약이다.
해외 사례는 이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프랑스 툴루즈는 ‘에어버스 본사’와 ESA 우주 연구소, 수많은 중소 협력기업을 집적해 유럽 최대 항공·우주 클러스터로 자리잡았다. 단일 도시지만 연구-생산-수출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GDP 성장과 청년 고용을 동시에 이끌고 있다. 일본 다네가시마 우주센터는 인구 3만 명의 작은 섬이지만, 발사체 기반시설과 주변 산업 분업을 통해 국가 전략거점으로 기능한다. 미국의 케네디 우주센터 역시 플로리다의 항만·관광 인프라와 연계돼 ‘국가 브랜드 효과’와 산업 시너지를 동시에 창출한다.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집적과 연계다. 단순히 생산 거점을 흩뿌려 놓는 것이 아니라, 지리적·산업적 이점을 결합한 ‘허브 구조’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광양만권이 지닌 철강 기반 인프라, 항만, 경제자유구역은 바로 이러한 집적 효과를 실현할 토대다.
경제적 효과도 크다. 항공우주산업은 ‘간접 고용 창출 효과’가 높다. 1개의 직접 일자리가 4~5개의 연관 일자리를 만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따라서 광양만권 허브 구축은 단순한 제조업 일자리 증가를 넘어, 첨단 연구·서비스, 글로벌 비즈니스, 관광·전시 산업까지 연쇄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다. 전남과 경남의 청년 인구 정착을 위한 실질적 동력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초기 투자 규모는 막대하다. 그러나 프랑스 툴루즈 에어로스페이스 밸리의 사례처럼, 대규모 투자는 10년 내 수익 회수를 가능케 한다는 연구가 많다. 한국항공우주학회 연구에 따르면 우주 클러스터의 평균 회수 기간은 7~10년으로, 석유화학 산업보다 짧다. 특히 글로벌 위성 서비스 시장이 연 10% 이상 성장하는 추세를 고려할 때, 투자는 장기적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광양만권 방산·우주산업 구상은 단순한 지역개발 사업을 넘어, 대한민국이 글로벌 산업 경쟁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게 하는 전략적 교두보다. 철강·항만 중심의 전통 이미지를 벗어나 방산·우주산업의 심장부로 도약할 수 있을 때, 한국은 세계 시장에서 독자적 경쟁력을 확립할 수 있다. 특히 경남의 항공·위성체 제작역량, 전남 고흥의 우주발사체 인프라, 그리고 광양만권의 강력한 물류·소재·부품 산업 집적의 결합은, 경남-전남 방산·우주산업 벨트 전체를 아우르는 핵심 성장축이 된다.
기회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제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 제고와 ‘세계 5대 방산·우주 수출 강국’ 도약을 위해, 논의를 넘어 신속한 실행에 나서야 한다. 물류·산업·인재가 집적된 광양만권을 미래 산업의 허브로 삼아, 경남-전남 방산·우주산업 벨트가 국가 산업 구조를 한층 업그레이드하는 실질적 대안으로 발전시켜 더 늦기 전에, 과감하고 혁신적인 비전으로 미래를 열어야 할 때다.
양현상 전문 위원(방산우주산업연구소 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