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가 최근 우주항공 산업 거점도시를 자처하며 내세운 청사진은 많은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순천 율촌산단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이 발사체 단(段) 조립장과 제작시설을 착공했고, 순천대학교도 글로컬대학 사업을 통해 고흥에 우주항공 특화캠퍼스를 개소했다. 언론 보도만 놓고 보면 ‘순천발(發) 우주산업 시대’가 열리는 듯하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아직은 구호와 초기단계 사업에 머무르고 있다. 실제 상주 인력 규모, 입주기업 수, 지역경제로의 파급효과는 공개된 자료가 부족하며, 시민이 체감할 만한 변화가 나타나기엔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순천에서 진행되는 시설 다수가 착공·준공 단계에 있는 만큼, 당장 “산업적 성과”를 논하기는 이르다.
전남의 우주산업은 고흥을 중심으로 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 이미 정부와 전남도는 고흥을 '우주발사체 산업 클러스터'의 핵심으로 지정하고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민간 발사장, 국가산업단지 등 핵심 인프라가 고흥에 집중되는 만큼, 순천과 같은 주변 지역들이 고흥과 동일한 '거점'을 표방하며 경쟁하기보다는, 고흥의 우주산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시너지를 창출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이는 자원 중복을 막고 전남 전체의 우주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적인 방안이다.
따라서 순천은 고흥의 산업 중심성을 보완하는 배후도시 역할에 주력해야 한다. 이러한 협력은 고흥의 우주산업 발전을 뒷받침하고, 더 나아가 방산 관련 연구기관 유치 등을 통해 전남 지역 산업의 범위를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처럼 고흥의 우주산업을 중심으로 지역별 특성화된 역할을 분담함으로써 전남은 우주산업의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대학의 역할도 재정립이 필요하다. 순천대는 고흥캠퍼스를 개소하며 우주항공 특화 교육을 선언했지만, 실질적 성과를 쌓는 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인재 양성과 산학협력에서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려면 기업 참여, 커리큘럼 혁신, 연구성과 축적이 필요하다. 고흥과 거리적 근접성을 가진 전남대학교 여수캠퍼스가 우주방산융합학과를 신설하고, 입주기업과 협력하는 체계적 인재 양성 모델을 가동할 경우 훨씬 효율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는 고흥의 산업 클러스터 중심성과 직접적으로 연계되며, 순천이 추구해야 할 보완적·현실적 역할과도 맞아떨어진다.
고흥의 산업 클러스터와 직접 연계된 지·산·학·연 연합 캠퍼스를 고흥에 구축하는 것도 전남지역의 우주방산 수요를 충족하는데 효율적이다. 이 공동 캠퍼스는 기업과 연구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교육 및 연구 거점이 되어, 우주항공 및 방위산업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실질적인 산학협력 성과를 창출할 것이다. 순천대 단독 체제보다 다원적 협력 모델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전남대, 순천대, 고흥 클러스터가 삼각 협력 체계를 구축할 때 인재 양성과 기업 협력이 선순환할 것이다.
정리하면, 전남 우주산업의 미래는 세 축으로 움직일 때 탄력을 얻는다. 고흥은 발사체 산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들의 차질 없는 추진으로 정주 환경 조성, 순천은 배후 지원, 지역 대학들은 협력적 인재 양성. 이 세 요소가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만 허상이 아닌 실체 있는 산업 생태계가 자리 잡는다.
우주산업은 국가 전략산업이다. 보여주기식 비전 선포만으로는 결코 성장할 수 없다. 순천이 냉정하게 역할을 재정립하고, 고흥과 협력 속에서 실질적 기여를 찾아낸다면 미래를 잡을 수 있다. 허상과 미래의 갈림길에서, 순천은 지금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고, 지역 특성화 산업에 집중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양현상 전문 위원(방산우주산업연구소 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