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국방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화력 중심의 물량전에서 벗어나 지능화된 무인체계와 첨단 AI 기술이 전장을 지배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방위·항공우주 시장은 향후 10년 내 86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며, 그 핵심 동력은 인공지능과 첨단 기술의 융합이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에는 민군 기술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듀얼유즈(Dual-Use) 기술'의 부상이 있다. AI, 반도체, 통신보안, 로보틱스 등 민간에서 개발된 기술들이 국방 분야로 직접 이전되면서, 기존의 폐쇄적 방산 생태계가 개방형 혁신 모델로 전환되고 있다.
■ 방위력개선비 20조원, AI 기업의 새로운 기회다
방위력개선비 20조원 중 8.9조원이 배정된 한국형 3축체계는 AI 기업이 주목해야 할 핵심 시장이다.
▲킬체인(Kill Chain) : 3조656억원
KF-21 보라매 양산과 현무-4 계열 미사일 대량 생산이 핵심이다. 여기에 AI 기반 표적획득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실시간으로 표적을 식별하고 추적하는 기술이 중요해졌다. 영상 인식 AI, 신호처리 알고리즘, 고성능 컴퓨팅 하드웨어 분야가 가장 유망하다.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 1조8134억원
L-SAM 실전 배치와 철매-II 성능 개량이 예정되어 있다. AI는 다중 표적을 동시에 추적하고 대응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레이더 신호처리, 다중표적 추적 알고리즘, 실시간 의사결정 AI 기술이 성공적인 진입을 위한 열쇠다.
이와 별개로, GOP 과학화 경계시스템에 할당된 3400억원은 중소기업에 가장 현실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야간 및 악천후 환경에서도 95% 이상의 인식률과 1% 이하의 오탐율을 가진 고정밀 영상 인식 AI 기술이 요구된다. 특히 열상카메라와 일반카메라의 융합 인식 기술은 필수적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주관하는 기술실증 프로그램에 참여해 기술력을 검증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 국방 R&D 5.9조원, 원천기술 확보의 골든타임이다
국방 연구개발(R&D) 예산이 5조9130억원으로 19.2%나 증가한 것은, 단순한 무기 구매를 넘어 원천기술 확보로 국방 전략을 전환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이 예산은 AI 기업에게 기술 개발의 ‘골든타임’을 제공한다.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 저전력 NPU(신경망처리장치), 군용 규격(MIL-STD-810)을 준수하는 내환경성 설계 기술이 우선순위다.
▲지능형 RF 시스템 : 인지무선(Cognitive Radio) 기술과 적응형 안테나 어레이를 통해 전자전 환경에서도 통신 능력을 유지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드론 군집 자율운용 : 스웜 인텔리전스(Swarm Intelligence)와 분산형 의사결정 알고리즘은 미래 전장의 핵심 기술이다.
성공적인 R&D 진출을 위해서는 기술 검증(Phase 1), 시제품 개발(Phase 2), 양산 준비(Phase 3)의 단계적 전략이 필요하다. ADD의 '민군겸용기술개발사업'과 같은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고, 한화시스템, LIG넥스원과 같은 대형 방산업체와의 공동 개발을 모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 무인체계 예산, 드론에서 로봇까지 확장된다
정부는 군용 드론 예산을 대폭 늘려 2026년까지 군사용 드론을 2배로 늘릴 계획이다. 이는 드론 관련 AI 기술을 가진 기업에게 엄청난 기회다.
▲감시정찰드론 : 장시간 체공 능력과 AI 기반 실시간 영상 분석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다.
▲공격드론 : 스웜 공격 형태와 자율표적 식별 및 공격 기술이 핵심 경쟁력이다.
▲물류수송드론 : GPS 교란 환경에서도 자율비행하고, 정밀하게 착륙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방산업체들이 직접 상용드론을 구매하기보다, 기술 검증 후 양산 계약으로 이어지는 구조이므로, 초기 기술실증 단계에 참여해 기술력을 입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 성공적인 진입을 위한 전략
2026년 국방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세 가지 핵심 전략을 제안한다.
▲기술 차별화 : 단순히 일반적인 AI 알고리즘을 넘어서 '군사 특화 AI'를 개발해야 한다. 전파 방해, 악천후, 위장 등 실전 환경에서의 강건성을 입증하고, 기존 무기체계와의 통합성을 고려해야 한다. ADD의 기술실증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공신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다.
▲K-방산 수출 패키지에 참여하거나, 동남아시아 신흥국에 맞춤형 저비용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NATO 표준을 준수하면 유럽 시장 진출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설명 가능한 AI(XAI) 기술을 개발하고, 인간이 최종 결정권을 갖는 인간-AI 협업 구조를 구축하는 등 윤리적 AI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통해 규제 리스크를 관리하고 국제적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차별화된 경쟁력이 될 것이다.
2026년는 한국 방산업계의 AI 전환 원년을 선언하는 역사적인 이정표다. AI 기술의 특성상 선발주자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는 '승자독식'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예산안은 대한민국 AI 기업과 대학 및 연구자들에게 더없이 좋은 기회이자 도전이다. 미래 국방의 패러다임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AI와 무인체계의 결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이 분야에서의 기술적 우위 확보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중대한 과제다.
양현상 전문 위원(방산우주산업연구소 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