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9일(현지시간) 공개한 아이폰 에어가 미국에서 기대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몇주 전부터 일부 전문가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출시와 동시에 공개된 리뷰는 호평일색입니다. 슬림한 외형과 과감하게 변한 디자인, 오렌지 색상 등에 칭찬이 집중됐습니다.
애플은 이번 아이폰 공개 행사에서 '시리'는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고, 인공지능(AI)에 대한 발표도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테크크런치같은 매체는 "이 기기에는 아직 AI 기반 시리가 없다. 하지만, 상관없다"라고 밝힐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샘 알트먼 오픈AI CEO도 X(트위터)를 통해 "내가 정말 원하던 새로운 아이폰 업그레이드"라며 "정말 멋지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행사 이후 애플의 주가는 3% 하락했습니다. 최근 나흘 동안 연속 하락세입니다. 기대했던 것만큼의 혁신이 없다는 평입니다. 특히 아이폰 에어가 그저 그렇다는 반응을 내놓은 곳은 대부분 AI 기능 부재와 카메라 성능 하락을 줄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기능 저하로 판매가 저조할 것이라는 데에는 반대 의견이 많습니다. 상당수 전문가는 이번 디자인 업그레이드가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8년 동안 아이폰은 큰 변화가 없다는 불만을 샀는데, 이번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입니다.
팀 쿡 애플 CEO도 이날 행사에서 과거 스티브 잡스 창립자가 했던 말을 인용했습니다. "디자인은 단순히 사물의 모양이나 느낌을 넘어선 것이다. 디자인은 사물의 작동 방식이기도 하다"라는 말입니다.
모건 스탠리는 이날 보고서에서 "우리는 에어의 디자인과 성능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이 기기가 앞으로 12개월 동안 아이폰 업그레이드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에어 긍정론자들은 가장 큰 문제점으로 "하루 종일 지속될 것"이라고 밝힌 배터리 수명이 실제 그럴지 의문이라는 정도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휴대폰은 지난 20여년 동안 성능보다 디자인이 중요한 구매 포인트였습니다. 삼성전자나 애플, 그리고 대부분 휴대폰 제조사가 지난해부터 AI를 강조했지만, 판매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배터리 수명이나 카메라 성능보다도 구매에 영향을 못 미친다는 설문 조사도 나왔습니다.
뒤집어 말하자면, 아직 AI는 휴대폰의 사용 패턴을 바꿀만한 사용자 경험(UX)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AI 기능 때문에 특정 휴대폰을 사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앞으로는 상황이 바뀔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AI 음성 비서, 즉 AI 에이전트입니다.
이를 현재 가장 잘 구현한 곳은 구글입니다. 구글은 지난달 열린 행사에서 공개한 '픽셀폰 10' 공개 행사에서 기존과는 다른 접근 방식이 택했습니다. 기존처럼 '제미나이'나 '비오 3'와 같은 모델이나 기술을 강조하는 대신, UX의 측면을 강조했습니다.
'매직 큐'라는 기능은 AI가 사용자의 상황에 맞춰 적절한 맥락의 작업을 대신하거나 응답을 제안합니다. '카메라 코치'는 사진을 찍으려고 할 때 AI가 구도를 제안하고, 생성 AI로 어떤 모습이 나올지 미리 보여줍니다. 구글은 여기에 어떤 모델이 어떻게 작동하는 지도 거의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구글의 기술은 다른 안드로이드 폰으로 확장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포토 앱에 생성 AI 편집 기능을 추가하는 등 별도의 AI 앱이 아닌, 기존의 인터페이스(UI)에 자연스럽게 AI 기술을 녹여 넣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UX가 계속 축적되면, AI는 휴대폰 사용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애플이 AI에 뒤졌다고 이를 지켜보고 있을리는 없습니다. 간단한 방법은 삼성전자처럼 구글과 파트너십으로 제미나이를 아이폰에 탑재하는 것입니다. 전문가들도 애플이 자체 모델을 개발해 오픈AI나 구글을 추격하는 것보다, 파트너십으로 해결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특히, 애플은 기술 업체가 아니라, 가전 업체라고 지적합니다.
이번 애플 행사는 이런 방향성을 드러낸 무대로 볼 수 있습니다. 구글과의 파트너십이 발표되지 않은 것이 더 이상할 정도입니다.
한편, 유명 기술 칼럼니스트인 제프리 파울러는 10일 워싱턴 포스트를 통해 이번에 발표된 제품들이 2년이나 지난 구닥다리로 보인다고 혹평했습니다. 그는 2주 동안 아이폰 17과 픽셀폰 10을 번갈아 사용한 결과, 자신이 아이폰에서 원하는 기능은 모두 픽셀폰에 탑재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도 이런 점이 많은 사람들의 구매 결정을 곧바로 바꿀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테스트에서 얻은 결론은 AI가 휴대폰을 유용하게 만드는 요소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글에 대한 반응도 뜨겁습니다. 그중 눈길을 끄는 것은 AI에 대한 세대차를 지적한 부분입니다. 디크리스티바라는 한 사용자는 "이건 베이비붐 세대와 X세대, 그리고 나머지 세대의 문제인 것 같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기존 세대들은 익숙해진 생활 패턴 때문에 AI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대부분 일을 처리할 수 있으며, AI가 개입하는 것을 꺼린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이미 AI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요소가 판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예측입니다.
그의 말대로라면 AI가 없는 아이폰은 '중장년층을 위한 휴대폰'이 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이어 10일 주요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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