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의 주가가 실적 발표 이후 하루 만에 35.9%나 오르고, 이로 인해 래리 엘리슨 회장이 잠깐 일론 머스크 CEO를 제치고 세계 최고의 갑부가 됐다는 사실이 큰 화제였습니다. 오라클뿐만이 아니라, 엔비디아와 AMD, 브로드컴 등 AI 관련주들이 모두 올랐습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이 아직 증시를 이끌어갈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미국 증시에서 'AI 거품론'이 제기된 것은 불과 몇주 전입니다. 지난달 19일부터 미국 나스닥 시장은 기술주를 중심으로 며칠 동안 엔비디아와 팔란티어 등 주요 기술주들의 주가가 크게 내려앉은 바 있습니다.
특히 샘 알트먼 오픈AI CEO가 그 전주에 한 말 때문에 주가가 떨어졌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위기였습니다. 이는 알트먼 CEO가 8월1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식당에서 미국 기자 20여명을 초청, 저녁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데에서 비롯됐습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현재 AI 업계가 버블 상태인 것 같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그가 실제로 한 말은 "버블이 발생하면 똑똑한 사람들은 진실의 핵심에 지나치게 흥분한다"라며 "역사상 대부분의 버블, 예를 들어 기술 버블을 살펴보면, 실제로 존재했던 것이 있다. 기술은 정말 중요했고, 인터넷은 정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사람들은 지나치게 흥분했다. 투자자들 전체가 AI에 지나치게 흥분하는 단계에 있는 걸까. 내 생각에는 그렇다. AI가 아주 오랫동안 일어난 가장 중요한 일일까. 내 생각에도 그렇다"라는 것입니다.
이 말이 AI 거품을 경고하는 말로 들리는지는 의문입니다. 하지만, 결국 알트먼 CEO의 발언은 AI 주가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굳어졌습니다.
그리고, 몇주 뒤 오라클이 월가를 놀라게 하고, 그 결과로 AI 주가를 다시 끌어 올린 것도 결국은 오픈AI 때문입니다.
오라클의 상승세를 이끈 것은 실적 발표를 통해 장기 계약에 따라 앞으로 발생할 '잔여 이행 의무(RPO)' 매출이 4550억달러(약 631조9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힌 것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3년 안에 매출이 2배로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오라클의 매출 대부분은 오픈AI와의 '스타게이트' 계약에서 발생합니다. 오픈AI는 오라클과 5년 간 3000억달러(약 416조원) 규모의 컴퓨팅 파워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즉, 오라클이 앞으로 발생할 매출 중 3분의 2 정도는 오픈AI나 낼 돈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문제도 지적됐습니다.
우선 오라클의 매출 전망은 오픈AI를 비롯해 여러 회사와 체결한 AI 클라우드 계약이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가정에 기반합니다.
앞으로 5년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알 수 없습니다. AI의 상승세가 꺾일 수도, 아니면 컴퓨팅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방법이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이번 매출 예상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지난 7월22일 오픈AI는 오라클과 4.5기가와트(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새로 구축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미 이 시점에서 오라클이 대규모 수익을 거둘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장은 오라클의 매출이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반응했습니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오라클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여기에 들어가는 GPU를 수급합니다. 그리고 오픈AI는 이를 장기 임대하는 형식입니다.
그리고 이런 방식은 오라클이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먼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계획상 5000억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번 매출 예상은 앞으로 상황에 따라 변동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수요가 줄어들면 오라클이 큰 비용을 들여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이유가 없어지고, 그동안 오픈AI가 계획대로 어마어마한 비용을 마련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오라클의 주가는 폭발적인 상승을 기록한 다음 날에는 6%가량 떨어졌습니다.
이번 사례가 그리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증시는 대단치 않은 일로도 올랐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합니다. 최근 몇주간 미국 증시를 넘어 전 세계 증시를 들었다 놨다 한 AI 문제는 이처럼 상장도 하지 않은 오픈AI가 원인이라는 것이 흥미로울 뿐입니다.
또 이번 일은 현재 기술 시장이 오픈AI나 앤트로픽, 메타, 나아가 딥시크와 같은 소수의 AI 개발사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미국의 주요 기업도 미래 수익의 상당수를 클라우드 사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AI 모델 개발과 서비스에 따라 수요가 크게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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