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아버지'로 불리는 앨런 튜링이 AI 챗봇으로 부활한다.
BBC는 31일(현지시간) 영국의 블레츨리 파크 박물관이 관람객의 질문에 답하는 AI 튜링 대화형 디스플레이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블레츨리 파크 측은 튜링의 실물 크기 AI 아바타를 제작 중으로, 이를 키오스크 형식의 대형 디스플레이로 전시할 예정이다. 방문객들은 AI 튜링에게 삶과 업적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며, AI 캐릭터는 질문을 한 대상이 개인인지 집단인지, 어른인지 어린이인지에 따라 맞춤화된 답변을 내놓을 계획이다.
튜링은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출연한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으로도 잘 알려진 천재 수학자 겸 과학자다.
1950년에 발표한 ‘계산 기계와 지능(Computing machinery and intelligence)’이라는 논문에서 최초로 AI의 개념을 제시했으며, 이 논문에 등장한 AI 지능 실험은 ‘튜링 테스트’라는 이름으로 아직 활용되고 있다.
특히 2차 대전 당시 영국 정부에 참여해 독일의 암호체계인 ‘에니그마’를 해독해 전세를 뒤집는 데 결정적으로 공헌, 대영제국훈장을 받았다. 또 컴퓨터공학의 토대를 만든 것으로 재평가되며, 그의 이름을 딴 '튜링상(Turing Award)'은 컴퓨터과학 최고 영예의 상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말년에는 성적소수자로 몰리며 결국 42세의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기념관이 세워진 블레츨리 파크는 2차대전 중 암호해독반이 자리 잡았던 곳이다. 이런 상징성 때문에 지난해 11월 영국에서 열린 최초의 'AI 정상 회담'은 이곳에서 개최됐다.
레베카 포이 블레츨리 파크 대중 참여 책임자는 "AI에 대한 새로운 전시회를 개장하면서, 우리는 방문객들에게 전쟁 이야기를 새롭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소개하고, 앨런 튜링과 같은 암호 해독자들이 머신 러닝의 출현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강조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튜링의 조카이자 블레츨리 파크 트러스트의 이사인 더모트 튜링 경은 "많은 사람들이 앨런 튜링과 조금 더 가까워지기 위해 블레츨리 파크를 찾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 행사는 그런 기회를 제공하는 재미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레츨리 파크는 영국의 AI 회사인 1956 인디비주얼과 협력, 디스플레이를 제작하고 있다고 밝혔다. 챗봇은 다양한 언어에 대응할 수 있으며, 완성에는 몇달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박물관 측은 이 기술이 "세계 최초"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인물을 AI 챗봇으로 구현, 전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해부터 반 고흐 챗봇을 박물관에 배치했으며, 미국에서는 살바도르 달리의 AI 합성 음성이 담긴 전화기도 배치했다.
또 미국의 한 스타트업은 지난 3월 'GPT-3.5' 기반 마릴린 먼로의 아바타 '디지털 먼로'를 공개한 바도 있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