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오랜만에 '인공지능(AI)의 종가'다운 모습을 보였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22일(현지시간) 구글이 AI 분야 선두 재확립을 위한 노력으로 투자자의 신뢰를 높였다고 소개했습니다. 주가도 높아졌고, 경쟁사보다 뒤처졌다는 비판도 가라앉았다는 말입니다.
구글은 이번 달 오랜만에 AI 이슈의 중심으로 떠올랐습니다. 심지어 오픈AI가 12일 발표 이벤트인 '십마스(Shipmas)'를 통해 매일 화제가 된 가운데에서도 밀리지 않았습니다.
하이라이트는 지난 11일 발표한 '제미나이 2.0'입니다.
구글은 이전처럼 다른 모델과 성능을 비교하는 대신, 'AI 에이전트'에 초점을 맞췄는데 이게 적중한 것으로 보입니다. 제미나이 2.0 기반의 AI 음성 비서인 '프로젝트 아스트라(Project Astra)'와 GUI 에이전트인 '프로젝트 매리너(Project Mariner)', 코딩 에이전트 '줄스(Jules)' 등을 공개한 것이 그 예입니다.
특히 다음 날에는 아스트라를 탑재한 삼성전자의 XR 헤드셋 '무한'을 출시한다고 밝혀, 화제를 더 키웠습니다.
이 전략은 꽤 효과적으로 보입니다. 사실 구글도 제미나이 2.0의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말이 내부에서 나왔는데, 아예 화제를 에이전트로 확대해 이런 문제를 덮어 버린 것입니다.
세계적인 AI 석학 앤드류 응 교수도 올해 초 "LLM 성능은 에이전트 기능을 통해 확장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즉, 벤치마크에서 점수 몇점을 앞서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 작업에서의 LLM 활용도를 높여주는 것을 관건으로 본 것입니다. 구글이 바로 이 점을 잘 파고들었습니다. 제미나이 2.0의 슬로건도 "AI 에이전트에 가장 적합한 모델"입니다.
이후에는 오픈AI를 앞섰다는 말까지 등장했습니다. 동영상 생성 모델 '비오 2'가 주인공입니다.
비오 2는 며칠 전 출시된 소라와 직접 비교, '압승'이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챗GPT' 출시 이후 구글이 AI 모델로 오픈AI를 앞섰다고 평가받은 첫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이어 19일에는 '제미나이 2.0 플래시 띵킹(Gemini 2.0 Flash Thinking)'까지 공개하며, 추론 분야에서도 오픈AI를 추격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모델에 대한 본격적인 평가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지만, o1과는 달리 추론 내용까지 모두 공개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9일 발표한 최신 양자 컴퓨팅 칩 ‘윌로우(Willow)’는 더 광범위한 반응을 일으켰습니다. 기존 슈퍼컴퓨터로는 10.7조년이 걸리는 문제를 5분 만에 해결했다는 말에 관련 업계까지 요동쳤습니다.
또 우주의 역사보다 오래 걸리는 시간을 넘어서는 양자 칩의 처리 속도가 평행 우주로부터 기인했다는 '멀티버스' 주장도 화제를 일으켰습니다.
구글이 반격을 위해 계속 칼을 갈아왔다는 소식은 이미 전해 드린 바 있습니다. 지난달부터 내놓은 제미나이 테스트 버전이 연일 사용자 선호 1위에 오른다는 내용입니다.
그동안 챗GPT의 기반이 된 '트랜스포머' 모델부터 o1을 가능케 한 '테스트-타임 컴퓨트'는 물론, 소라의 아키텍처인 ‘시공간 패치(Spacetime Patch)’까지 구글은 먼저 논문을 내놓고도, 모델 개발에는 늘 오픈AI에 한발 뒤졌습니다.
그러나 지난여름부터 신중하던 모습을 버리고, 제미나이를 모든 제품에 도입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 왔습니다. 그리고 몇개월만에 반격에 성공한 것입니다.
물론 구글이 오픈AI를 넘어섰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사용자 규모나 기업 채택에서 비교할 수준이 아닙니다.
오픈AI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특히 지난 20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인공일반지능(AGI)에 근접했다는 'o3'를 공개했습니다. 다시 구글을 앞섰다는 주장입니다.
내년 초에는 오픈AI도 에이전트와 관련한 발표를 내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GPT-5'의 성능 향상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말이 공론화된 만큼, 에이전트 기능으로 이를 커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이는 기업의 챗GPT 채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2024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구글의 선전은 내년에 대한 기대를 더 키우게 합니다. 구글은 오픈AI와의 에이전트 경쟁은 물론, 메타 및 애플과의 스마트 안경 및 헤드셋 경쟁, 로봇을 위한 월드모델(LWM), 이미지 생성, AI 검색 등 거의 모든 분야에 발을 뻗고 있습니다. 즉 구글이 선전하면 AI와 관련된 모든 분야가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구글이 '만년 조연' 이미지를 벗고, 2025년 AI 무대를 이끌 주역으로 떠오를지 주목됩니다.
이어 주말 주요 뉴스입니다.
■ "엔비디아, 발열 문제 등으로 '블랙웰' 서버 대량 생산 6개월 늦어질 수 있어"
블랙웰 서버가 전력 소비와 발열 문제 등으로 대량 생산에 돌입하는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습니다. 성능을 높이더니, 이전에는 없었던 문제가 등장한다는 내용입니다. 추후 신제품 출시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 "오픈AI, 'GPT-5' 사전훈련 두번 진행했지만 기대 못 미쳐"
오픈AI가 올해에만 두번의 차세대 모델 사전훈련을 실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결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인데,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돌파할지 관심입니다.
■ 허깅페이스, sLM용 추론 기술 ‘테스트-타임 스케일링’ 오픈 소스 공개
오픈 소스 소형모델을 위한 추론 기술이 등장했습니다. 이를 통해 챗GPT 같은 폐쇄형 모델 뿐 아니라, 오픈 소스 모델도 성능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오픈 소스 확대에 큰 영향을 미칠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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