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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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공식 발표된 '통합형 시리' 출시 연기로 인해 애플 내부의 사기가 크게 꺾인 것으로 알려졌다. 담당 임원은 이를 "추하고 창피한 일"이라며, 기술에 비해 앞서나간 회사의 마케팅 전략이 잘못이었다고 반성했다.

블룸버그는 15일(현지시간) 내부 소식통을 인용, 시리 담당 최고 책임자인 로비 워커 수석 이사가 시리 팀 직원들이 모인 내부 회의에서 이번 출시 연기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워커 이사는 이번 지연을 추하고 창피한(ugly and embarrassing) 일이라고 밝혔다. 통합형 시리를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지만, 회사는 완성되기도 전에 이를 자랑했다"라는 것이 이유다.

"심각한 문제는 애플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부서가 개선 사항을 홍보하고 싶어 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직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지난해부터 광고를 펼친 것을 말한다.

나아가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의 상사이자 애플 AI 총 책임자인 존 지아난드레아와 소프트웨어 책임자인 크레이그 페더리기 부사장 등 다른 임원들도 "개인적으로 큰 책임을 느끼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WWDC에 참석한 페데리기 애플 부사장(오른쪽)과 지아난드레아 부사장(가운데) (사진=애플)
지난해 WWDC에 참석한 페데리기 애플 부사장(오른쪽)과 지아난드레아 부사장(가운데) (사진=애플)

팀원들에게는 "출시 연기로 인해 화가 나고, 실망하고, 지치고, 당혹감을 느낄 수 있다"라고 위로했다. 하지만 직원들이 "엄청나게 인상적인 기능을 개발했다"라며 칭찬했고, 반드시 업계를 선도하는 가상 비서를 제공하겠다고 다짐했다.

애플은 5월까지 기존 시리를 업그레이드해 휴대폰 작동을 돕는 것은 물론, 사용자 정보를 읽고 맞춤형으로 응답하는 LLM 시리를 통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워커 이사에 따르면 이 기술은 최대 60~80% 정도만 제대로 작동했으며, 반대로 3번 중 한번은 작동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출시를 미루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 시리가 완벽하게 작동할지는 장담하지 못했다. 그는 올해 말 업그레이드할 iOS 19가 목표지만, "그때 출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회사가 더 많은 분야에 개발 우선순위를 두고 있으며,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소식은 애플이 내부적으로 큰 문제를 겪고 있으며, 내년으로 예고된 출시도 확실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평이다.

이에 앞서 통합형 시리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LLM 시리'라고 부르는 파운데이션 모델의 아키텍처를 완전히 뜯어고쳐야 하며, 이 때문에 내년이 아니라 2026년이 돼야 소비자 출시가 가능하다는 보도도 등장했다. LLM 시리는 단순한 대형언어모델이 아니라, AI 에이전트 기능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마존도 지난 2023년 가을 업그레이드 알렉사를 선보이고도, 결국 1년 반 정도 고생한 뒤 지난달 말 가까스로 '알렉사 플러스를 공개했다. 그나마 출시 일정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AI가 사람 대신 기기를 작동하거나 카메라에 비친 사물이나 장소에 대한 정보를 주는 AI 에이전트 기능은 멀티모달에 강점을 보이는 구글이나 오픈AI도 이제 서비스를 시작한 정도다. 다른 회사보다 AI 개발 자체가 1년 정도 늦은 애플이 이를 단번에 따라잡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였다는 분석이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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