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부터 취·창업 연계까지…국내외 유사 정책과 비교해 본 실효성과 과제

구직을 아예 단념한 청년들에게 손을 내민 순천시의 실험이 주목받고 있다. 

2025 순천시 '청년도전지원사업'
2025 순천시 '청년도전지원사업'

전남 순천시(시장 노관규)는 최근 '청년도전지원사업'을 본격 시행하며 사회적 고립 상태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최대 350만원의 참여수당과 함께 심리상담, 진로탐색, 취업 역량강화, 창업 연계까지 단계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사업 대상은 최근 6개월 이상 취업·교육·직업훈련에 참여하지 않은 18~45세 청년으로, 모집 인원은 선착순 120명이다.

프로그램은 단기(5주)·중기(15주)·장기(25주)로 나뉘며, 종료 이후에도 국민취업지원제도, 직업훈련, 일경험 지원 등 사후 연계가 가능하다.

'경제적 지원 + 심리적 회복 + 사후관리' 3박자 갖춰

순천형 청년도전지원사업은 ▲심리상담과 자신감 회복 프로그램을 동반해 '정신적 회복'까지 고려한 점 ▲단계별 선택이 가능한 유연한 운영 방식 ▲현금성 인센티브 지급으로 생계지원 병행 ▲사후 구직 제도 연계까지 포함한 점에서 기존 고용정책과 차별화된다.

특히 장기 미취업자의 경우 정신적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계기 마련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프로그램의 첫 단추를 '심리회복'으로 설정한 것은 현실적인 접근이라는 평가다.

단기 수당 지급보다 중요한 건 지속성

하지만 단점도 적지 않다. 우선 선착순 120명 모집이라는 제한된 규모는 실질적인 정책 효과를 축소시킬 수 있으며, 예산의 20%가 지방비로 편성되어 있어 장기적 지속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청년이 다시 구직 의지를 갖기까지 최소 6개월 이상 꾸준한 멘토링과 공동체적 접촉이 필요하다"며 "5~25주 안에 성과를 강요하는 구조는 단발성에 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지역 내 일자리 연계 부족이 여전히 풀지 못한 과제로 지적된다. 고도화된 청년 대상 정책이라 해도, 실제 청년이 안착할 수 있는 지역 기반 일자리가 없다면 ‘되돌아갈 길’이 없는 처지로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유사 정책  – 서울·노원구·프랑스의 사례

국내에서는 서울시 동대문구, 노원구 등에서도 유사한 청년도전지원사업을 시행 중이다. 이들 지자체는 '청년센터', '청년카페' 같은 지역 거점을 활용해 청년들의 고립감 해소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노원구는 참여 청년에게 일정 기간 '멘토 기업 매칭제'를 병행해 프로그램 종료 이후 고용 연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해외에서는 프랑스의 청년보장 프로그램(Garantie Jeunes)이 대표 사례다.

프랑스 정부는 16~25세 실업 청년에게 월 497유로의 생계비를 지급하며, 직업훈련·견습·양질의 일자리로 연계되도록 법제화하였다. 

청년과 지자체 간 계약을 통해 '4개월 내 고용 또는 교육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고용률 상승과 자존감 회복 효과가 통계로도 입증되었다.

일본 역시 '청년고용촉진법'을 제정해 청년 전담 고용지원센터를 통해 심리·상담·진로교육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두 나라는 모두 청년 개인뿐만 아니라 고용시장 전체와 지역사회의 공동 책임 구조를 강화한 점이 특징이다.

단발성 탈피 위한 3가지 키워드: 지속성, 연계성, 지역성

▲지속성: 최대 25주 프로그램 종료 후에도 6개월~1년간의 지속적 멘토링과 참여자 커뮤니티가 필요하다. 지방비 확보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민간 파트너(대학·기업·재단) 참여 모델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연계성: 구직 및 창업 연계는 실질적 일자리 매칭 시스템 없이 공허한 선언에 그칠 수 있다. 순천시의 청년카페, 청년창업 지원사업과 적극적 교차 연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역성: 순천 내 대표 산업(생태관광, 농식품, 문화콘텐츠 등)과 연계한 '산업-청년 매칭형 실전훈련'이 필요하다. 지역 기업과 청년이 서로 필요를 체감할 수 있는 구조 없이 청년도전은 또 하나의 '행정사업'으로 끝날 수 있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비전이 아니라 자신을 믿어주는 시간과 공동체다. 

순천시의 이번 정책이 단순한 수당 지급이 아니라 지역 내 청년 생태계 복원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 시작은 '단기 성과'가 아닌, '긴 호흡의 신뢰 구축'에서부터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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