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레저관광도시 공모 도전…기회인가, 과제인가
2025년 여수 앞바다에 다시 한 번 파도가 인다. 전라남도와 여수시가 손을 맞잡고 해양수산부의 '복합해양레저관광도시 공모사업'에 도전장을 냈다.
총 1조 원 규모에 달하는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관광지 개발이 아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해양레저 중심도시를 향한 야심찬 시도다.
하지만 찬란한 청사진 이면에는 조심스레 짚어야 할 현실과 과제도 존재한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이 사업은 과연 여수를 어디로 데려갈 것인가?
해수욕장에서 세계로 – 여수 무술목의 변신
전남도가 제안한 공모 대상지는 여수시 돌산읍 무술목 해수욕장 일대 약 37만 평 부지다. 이곳은 파도 소리와 낙조로 사랑받던 조용한 해변이지만, 머지않아 해양레저의 거점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공모안에 따르면, 총 사업비 1조 890억 원 중 8,980억 원은 민간투자, 나머지 2,000억 원은 국비와 지방비로 분담된다.
공공부문에는 복합해양레저타운, 해양기술 체험관, 요트 계류장이 포함되며, 민간 영역에서는 골프장, 호텔, 상가 등 대규모 관광단지가 조성된다.
여수시는 이를 위해 2023년부터 '2030 복합해양레저관광도시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 중이다.
사업구상은 단순한 해양레포츠를 넘어서, 연중 무휴 실내 체험관과 디지털 전시 콘텐츠, 수중 생태관, 플로팅호텔과 요트정박지 등 첨단 기술과 관광을 결합한 복합모델이다.
관광지 그 이상, 도시의 산업지도를 바꾼다
이 사업이 단순히 또 하나의 '레저 타운'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여수시의 산업 생태계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철강·석유화학 중심 산업도시 이미지에서 벗어나, 관광·서비스·문화가 공존하는 도시로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연중무휴의 관광 인프라는 계절을 타지 않고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고, 고급 숙박 및 스포츠 시설은 체류형 관광 수요를 확장한다.
여기에 디지털 해양 콘텐츠와 기술 기반 체험관까지 더해지면, 청년 일자리 창출과 지역대학 연계 R&D 기회도 함께 열릴 수 있다.
기대에 가린 그림자, 놓쳐선 안 될 질문들
하지만 장밋빛 계획만으로는 이 바다를 건널 수 없다. 우선 가장 큰 걱정은 과도한 민간투자 의존이다.
전체 사업비의 80% 이상이 민간자본인데, 투자 실패 시 계획 축소나 변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수 시민들은 "구두 약속에 기대기보다는, 탄탄한 이행 구조와 공공성 확보 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지역 주민과의 소통 문제도 중요하다. 약 37만 평이라는 거대한 땅에 변화가 일어나면, 주민 이주, 보상, 토지 이용 등에서 갈등이 생길 수 있다.
행정기관은 그동안 얼마나 주민 의견을 수렴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조율할지 분명히 해야 한다.
가장 민감한 문제는 해양환경 훼손이다. 생태계를 모사한 전시관이 들어서는 동시에, 실제 바다 생태계가 파괴된다면 사업의 정당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요트 계류장과 수상호텔 등 플로팅 시설이 설치될 해역의 해양환경 영향 평가가 정밀하게 이뤄져야 한다.
AI가 도와줄 수 있는 일들
한편 이 사업이 '스마트 해양관광도시'로 명명된 만큼, 인공지능(AI) 기술의 도입은 단순한 부가 요소가 아니라 핵심 도구가 될 수 있다.
관광객 맞춤형 코스를 제공하는 AI 기반 플랫폼, 조류와 기상 정보를 실시간 분석하는 해양안전 시스템, 증강현실 기반의 전시 콘텐츠 운영.
그리고 수중 생태계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환경 모니터링까지. AI는 콘텐츠부터 안전, 환경관리까지 폭넓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특히 기후 변화에 대응한 실내 체험관 운영, AI 도슨트(설명 비서)의 다국어 해설 제공은 국제 관광객 유치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이번 공모는 여수시와 전라남도가 손을 잡고 추진하는 대형 프로젝트지만, 결국 선택은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인 만큼 공공성과 실현 가능성이 담보돼야 한다.
여수는 이미 매력적인 도시다. 그러나 '세계적 해양관광도시'가 되기 위해선, 단순한 개발이 아니라 사람, 자연, 기술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설계가 필요하다.
여수의 다음 10년, 바다는 이미 준비된 듯하다. 이제 준비되어야 할 것은 도시의 내면이다. 그 시작은 아마도 지금, 이 공모 도전에서 시작될 것이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