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살 때 이자 도와주고, 문화시설은 공짜
다자녀 가정이 살기 좋은 전남 만들기 정책 살펴보기
전라남도가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지역'을 만들기 위해 온 힘을 쏟아 올해 출산율 전국 1위를 기록했다.
2024년 전남에서 태어난 아기 수는 8,226명, 작년보다 398명이나 늘었다. 전국 대부분의 지역이 아기 울음소리가 점점 줄어드는 와중에 전남만 반대로 늘어난 것이다.
그렇다면 전남이 출산율 1등이 된 이유, 단순히 아기 낳으면 돈 주는 걸까요? 아니다. 조금 다르다.
"아이 셋 낳으면 집 이자도 지원"
전남도는 아이를 셋 이상 낳은 가정(다자녀 가정)에게 집을 사거나 살 때 생기는 은행 대출 이자를 매달 최대 25만 원까지 3년 동안 도와준다.
예를 들어 2억 원짜리 집을 사서 대출을 받았다면, 매달 내는 이자 중 일부를 전남도가 대신 내주는 거다. 이건 전국에서도 드문 지원이다.
게다가 공공 산후조리원(아기를 낳고 몸을 회복하는 곳)을 이용하면 70%까지 요금을 깎아주고, 초등·중학교·고등학교 다니는 자녀가 있으면 교육비도 일부 지원해준다.
이런 혜택을 받기 위해 따로 '다자녀 행복카드'도 발급받을 수 있는데, 이 카드로는 마트, 약국, 카페 같은 가맹점에서 할인이나 포인트 적립도 받을 수 있다.
단순히 돈만 주는 게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갈 수 있는 체육시설, 박물관, 자연휴양림, 체험장 같은 공공시설의 입장료를 아예 안 받거나 반값으로 해준다.
순천, 광양, 나주 같은 도시에서는 다자녀 가정을 위한 문화강좌, 악기 수업, 미술 교실 등을 무료나 반값으로 들을 수 있다.
이런 문화적 지원은 '경제적 여유는 없지만 아이들에게 다양한 체험을 해주고 싶은 부모님'들께 특히 좋은 정책이다.
이런 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건, 실제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장흥에서는 40대 부부가 무려 일곱 번째 아이를 출산했고, 광양에선 세쌍둥이가 태어나 지역에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동안 "아이 셋 낳으면 엄청 고생만 한다"는 인식이 많았는데, 이제는 "그래도 전남에서는 아이 많이 낳아도 살만하다"는 말이 조금씩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전남도 정책은 단순한 출산 장려금이 아니라, 아이를 낳고, 키우고, 함께 살아가는 과정 전체를 지원해주려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도 남아 있다. 청년들 결혼·주거 고민이다. 아직 결혼조차 안 한 20~30대는 집값, 일자리 문제 때문에 출산까지는 먼 이야기라고 한다.
또한 유치원, 초등학생까지는 지원이 많은데, 중학생 이상 자녀를 둔 가정은 혜택이 적다. 공백이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다문화 가정은 소외 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전남은 외국인 엄마·아빠를 둔 가정이 많지만, 이들을 위한 별도 정책은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혜택이 많아도 어디서, 신청이 복잡해 어떻게 신청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출산 장려'를 넘어서, '아이 키우는 마을' 만들기
전남도는 '출산율 1등'을 넘어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게 편안한 지역으로 더 나아가려 하고 있다.
김명신 전남도 인구청년이민국장은 "전남이 출산과 육아에 있어 가장 살기 좋은 지역이 되도록 계속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결혼→출산→양육→교육→정착까지 이어지는 '아이 키우는 전남 생태계'가 목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취업과 결혼을 앞둔 한 예비 신부는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낳고 키우기 어려워하는 이유는 돈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변의 응원과 도움이 없어서일지도 모른다"고 꼬집었다.
이어 "전남의 이런 정책이 단지 혜택 몇 가지로 끝나지 않고, 진짜 '함께 키우는 사회'로 이어진다면, 우리가 살아갈 지역도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요?"라고 사회의 깊은 관심이 지속되길 바랬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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