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권 국립의과대학 신설을 촉구하는 국회 토론회 (AI타임스DB)
전남권 국립의과대학 신설을 촉구하는 국회 토론회 (AI타임스DB)

전남도민에게 "우리에겐 아직 의과대학이 없다"고 외치던 김영록 전남지사가 느닷없이 광주에 있는 전남대병원 뉴스마트병원 신축 예타 통과를 ‘전남의료안전망 강화’라며 환영하고 나섰다. 

표면적으로는 호남 전체의 의료 역량을 높이는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발언이 지역 의료 현실과 정치적 맥락을 아는 도민들에겐 당혹스럽게 들렸을 가능성도 크다.

전남대병원은 명칭만 '전남'일 뿐, 물리적으로 광주에 있다. 기능과 예산, 조직 운영 모두 광주시 중심의 메디컬 허브 체계 안에 있다. 

전남도에는 여전히 응급 중증의료를 책임질 거점병원 하나 없고, 국립의과대학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그동안 전남도정은 줄곧 "우리 몫의 의료기반이 절실하다"며 공공의대 신설을 촉구해 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광주에 있는 병원의 신축 예타 통과를 적극 환영한다는 건 도민들의 의료 소외감을 무디게 만들고, 전남권 의대 신설 주장의 명분까지 약화시킬 수 있다. 

이는 정책적 정합성의 문제이자, 메시지 혼선의 문제다. 이런 '두 얼굴의 언사'는 지역정치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전남은 여전히 중환자실 병상 하나 제대로 없는 의료 취약지이며, 특히 동부권과 섬 지역은 응급 헬기 없이는 생명을 잇기조차 버겁다. 

이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도지사가 '호남 전체'라는 추상적 개념 속에 전남의 의료 위기를 묻어버리는 듯한 메시지를 던진 건 실책에 가깝다.

차라리 광주시장이 환영 논평을 냈다면 자연스럽고 정당한 일이었다. 

전남지사는 "전남에는 여전히 국립의대도, 독자적 거점병원도 없다"며 전남형 의료 독립성 확보라는 대원칙을 다시금 강조하는 메시지를 냈어야 했다.

의료는 정치가 아니다. 그러나 의료 공백을 메우는 과정은 철저히 정치적인 판단이 필요한 일이다. 지금 전남도정이 던지는 메시지는, 그 판단 기준이 흐려졌다는 위험신호처럼 보인다.

"누구를 위한 환영인가?" 김영록 지사에게 이 질문을 되묻는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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