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며칠간 가장 주목받은 인공지능(AI) 이슈는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 최대 AI 행사 '월드 AI 컨퍼런스(WAIC)'였습니다. 특히,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AI 액션 플랜'에 이어, 중국도 이에 대응하는 AI 국제기구 설립에 나선다고 발표하며 양국의 AI 대결이라는 점이 주목받았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치적인 면이 아니라, 이 행사를 통해 소개된 내용들입니다. 중국의 AI가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외신은 가장 먼저 로봇을 꼽았습니다. 시각적으로 전시 현장에서 가장 두드러졌기 때문입니다. 블룸버그는 "행사 현장에 1m80짜리 휴머노이드부터 공중제비를 도는 개까지, 로봇들이 득실거렸다"라고 전했습니다.
휴머노이드들은 관람객에게 어설픈 동작으로 음료나 팝콘을 나눠주고, 달걀을 까고, 링에서 스파링하고, 마작을 두거나 아니면 그저 거대한 전시장을 돌아다녔다고 소개했습니다.
이번에 로봇을 선보인 업체는 60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같은 행사에 로봇 18대가 등장한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어난 셈입니다.
이 가운데, 유니트리는 770만원짜리 저렴한 휴머노이드를 공개해 미국을 긴장케 했습니다. 로봇 AI를 출시한 바이트댄스도 로봇이 셔츠를 거는 영상을 선보였습니다.
이처럼 로봇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주목할 것은 수백곳에 달하는 중국 기업의 AI 솔루션입니다.
이 행사에 맞춰 새로운 파운데이션 모델을 공개한 곳은 많지 않습니다. 3D 가상환경을 구축하는 텐센트의 '훈위안3D 월드모델 1.0'이나 가상 라이브 스트리머를 생성하는 바이두의 디지털 휴먼 기술 등이 하이라이트로 꼽힐 정도입니다.
이는 최근 중국 내 모델 경쟁이 다시 불이 붙으며, 문샷의 '키미 K2'와 알리바바의 '큐원 3' 등 중 모델은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 모두 공개됐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행사용으로 모델 공개를 늦추는 분위기가 아닙니다.
관심을 모았던 딥시크가 행사장에 나타나지 않은 것도 이례적이었습니다. 물론, 이 회사는 현재 'R2' 모델 출시 준비 중으로, 이번 행사에서 보여줄 것은 없었습니다.
그보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대부분 중국 업체가 자국의 딥시크나 큐원을 기반으로 응용 애플리케이션이나 파생 모델을 들고나왔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해 많은 중국 AI 스타트업들이 메타의 라마'나 오픈AI의 'GPT' 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였던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바로 이 점이 지난 1년간 중국이 AI에서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를 잘 보여 줍니다. 중국 기업들은 지난 1월 이후 미국 모델을 버리고, 딥시크를 앞다퉈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어 알리바바가 빠른 속도로 딥시크 성능을 넘어서며, '큐원' 점유율도 꽤 늘어났다는 말입니다. 결국, 중국에는 외국 모델을 쓰는 일이 크게 줄었습니다.
중국의 오픈 소스 모델은 애국심 때문에 사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능은 글로벌 프론티어 급에 도달했으며, 오픈 소스라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중국 기업의 접근을 막는 오픈AI나 성능이 떨어지는 라마를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로봇 AI도 연장선에 있습니다. 특히, 방대한 로봇 공급망을 갖춘 데다, 휴머노이드를 테스트할 수 있는 엄청난 수의 공장을 갖춘 중국만큼 개발에 유리한 곳은 없습니다. 휴머노이드가 인간을 대체할 수준이 되려면 몇년이 더 걸리겠지만, 이런 추세라면 중국이 이 분야 최고가 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평입니다.
한편, 지난해부터 강조됐던 '기술 독립'은 이제 구호를 넘어 행동으로 변했습니다.
이번 행사에서는 두개의 단체 결성 소식이 전해졌는데, 그중 하나인 '모델-칩 생태계 혁신 연합'은 중국 LLM 개발자와 AI 칩 제조업체를 하나로 묶는 것입니다. 즉, 중국 칩으로 중국 모델을 개발하자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칩 업체 화웨이, 비렌, 무어 스레드 등과 AI 기업 스텝펀 등이 포함됐습니다.
또 하나의 연합인 '상하이 상공회의소 AI 위원회'는 "AI 기술과 산업계와의 긴밀한 통합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센스타임과 미니맥스 등 유력 AI 기업이 참여했습니다.
이밖에 많이 언급된 것 중 하나는 화웨이의 '클라우드메트릭스 384'입니다. 이는 화웨이의 최신 AI 칩 '910C' 384개를 통합, 엔비디아의 최신 서버 'GB200 NVL72'에 맞먹는 성능을 내는 것입니다. 엔비디아보다 떨어지는 기술을 5배나 많은 물량으로 커버한다는 내용입니다. 화웨이 부스에는 긴 줄이 늘어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WAIC는 국내 기업 참여가 없어 덜 알려진 편이지만, CES보다 AI 발전을 체감하기 쉬웠던 행사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한 외국 참관객의 말이 설명해 줍니다. 벨기에의 AI 및 기술 전문 변호사인 스테판 두코펠니코프는 "중국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직접 보고 싶어서 왔는데, 정말 감명받았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중국은 AI와 로봇공학을 발전시키고 있지만, 유럽은 규제에 매우 힘쓰고 있다"라는 뼈 있는 말을 남겼습니다.
이어 28일 주요 뉴스입니다.
■ 오픈AI 이사회 회장 "자체 LLM 구축은 수백만달러 낭비에 불과"
브렛 테일러 오픈AI 이사회 의장이 스타트업들에 자체 모델 개발이 낭비에 불과하다고 경고했습니다. 돈만 많이 들어가지, 차별화된 모델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 대신, 애플리케이션 구축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습니다.
■ 삼성전자, 23조 규모 테슬라 'AI6' 칩 파운드리 계약
일론 머스크가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에 들어갈 차세대 칩 제조를 삼성전자에 맡겼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반도체로 어려움을 겪었던 삼성에는 큰 호재라는 분석입니다.
■ 얀 르쿤, 다른 수석과학자 임명에도 "내 역할은 변함없어"
르쿤 수석이 새로운 CAIO 및 수석 과학자 영입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무슨 말이 오갔는지는 모르지만, 이들도 세계적인 석학을 쉽게 대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AI타임스 news@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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