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당초 계획을 바꿔 중국 시장 전용 인공지능(AI) 칩 'H20'의 추가 생산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29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엔비디아가 대만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에 H20 30만개를 추가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엔비디아는 H20의 생산을 중단하고, 기존 재고만으로 중국 내 수요를 충당하겠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또 올해 말 출시될 새 제품 'B30'으로 대체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 시장에서 예상보다 높은 수요가 이어지며, 재고만으로는 공급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생산 확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내용이다.
이번 주문은 기존 60만~70만개의 H20 칩 재고에 더해진 것이다. 지난해에는 약 100만개의 H20 칩을 중국에 판매한 바 있다.
이달 초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H20 생산 재개 여부는 주문량에 달려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또 "공급망 재가동에는 약 9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H20는 원래 미국의 AI 반도체 수출 규제에 따라 탄생한 중국 전용 제품이다. H100이나 최신 블랙웰 시리즈보다 연산 성능은 떨어지지만, 중국 기업이 활용 가능한 AI 인프라를 유지하기 위해 설계됐다.
하지만 미국 상무부는 지난 4월 H20 칩마저 수출을 차단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약 55억달러(약 7조6000억원) 규모의 재고 손실이 생겼으며, 150억달러의 매출 기회를 포기해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희토류 협상을 이유로 H20 판매를 허용했으며,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중국 기업들로부터 새로운 수요 예측 자료를 제출받고 주문 확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케빈 하셋 백악관 국가 경제 고문은 이날 H20 AI 칩의 중국 수출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가 미국 정부에 신청서를 제출한지 2주 만이다.
이번 결정은 미국 내에서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부 미국 의원들은 중국에 AI 칩 접근을 허용하는 것이 기술 우위를 위협할 수 있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중국 시장을 포기할 경우, 화웨이 등 현지 경쟁사로의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부작용을 지적하고 있다.
텐센트,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등 중국 기술 기업들은 딥시크와 자체 모델을 구동하기 위해 H20 칩 수요를 크게 늘렸다.
심지어 금지된 GPU를 수리하려는 수요가 폭증하고 밀수 칩이 유통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어, 중국 내 엔비디아 GPU 선호는 여전히 강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