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인공지능(AI) 전략이 위기를 맞고 있다. 핵심 연구 인력 4명이 한달 사이 메타로 이직하며, '애플 인텔리전스'를 이끌던 핵심 조직이 흔들리고 있다.
블룸버그는 29일(현지시간) 멀티모달 AI 전문가 보웬 장이 애플을 떠나 메타 슈퍼인텔리전스 랩(MSL)에 합류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애플의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조직(AFМ) 소속으로, 애플 AI 플랫폼의 핵심 기술을 개발한 핵심 인물이다.
앞서 메타는 AFM 팀의 리더였던 루오밍 팡을 2억달러(약 2700억원) 규모의 보상 패키지로 영입했고, 이어 같은 팀 출신 톰 건터와 마크 리 역시 메타로 이직했다. 여기에 최근 또 다른 팀원인 플로리스 위어스도 다른 스타트업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AFM의 사기는 크게 흔들린 상태다.
AFM은 애플의 AI 전략에서 중추 역할을 담당해온 조직이다. 이들이 개발한 모델은 지난해 공개된 애플 인텔리전스의 핵심 엔진이며, 현재는 시리(Siri)의 차세대 버전에도 이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잇따른 인재 유출과 함께 애플 내부에서는 자체 모델을 포기하고 오픈AI의 챗GPT나 앤트로픽의 클로드 같은 외부 모델 도입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움직임은 AFM 팀 내 불안을 더욱 키우고 있다. 애플 고위 임원들은 여전히 자체 모델 개발 의지를 강조하며 팀원들을 붙잡고 있지만, 외부 대형언어모델(LLM)의 도입 가능성은 AFM의 존재 가치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인재 유출에 그치지 않는다. 애플은 개인정보 보호 정책에 따라 AI 처리를 클라우드가 아닌 기기 내(on-device)에서 수행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기술적으로도 경쟁사에 비해 제약이 많다.
실제로 애플 인텔리전스는 30억개의 매개변수를 가진 경량 모델이지만, 경쟁사들은 수천억~1조개 이상의 매개변수를 가진 클라우드 기반 모델을 운영 중이다. 애플도 클라우드 기반 모델을 개발 중이지만, 그 규모는 1500억 매개변수 수준에 그친다.
반면, 메타는 막대한 보상 패키지를 제시하며 실리콘밸리 전역에서 AI 인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애플뿐 아니라 오픈AI, 앤트로픽 등의 인력들도 메타로 이동 중이다.
AFM은 현재 AI 책임자인 대프니 루옹 산하에서 지펑 천이 이끌고 있으며, AI 총괄 수석 부사장 존 지안안드레아에게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계속된 인력 유출과 불확실한 전략으로 인해 애플의 독자적인 AI 개발 노선은 중대한 전환점에 직면해 있다는 평이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