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중국용 인공지능(AI) 칩 'H20'의 생산을 다시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의 수출 금지 지시로 지난 4월 처음 생산을 중단한 데 이어, 이번에는 중국 정부의 수입 금지 조치에 따라 다시 생산을 포기한 것이다.
디 인포메이션은 22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엔비디아가 이번 주 반도체 패키징 업체 앰코 테크놀로지와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공급하는 삼성전자에 H20 관련 생산 중단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앰코에는 최종 패키징 단계 직전의 칩이 쌓여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망을 지속적으로 관리한다”라며 “상업적으로 유익한 목적을 위한 미국산 칩 사용은 모두에게 이롭다”라고 밝혔다. 또 칩에 원격으로 정보를 빼내거나 제어할 수 있는 ‘백도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번 생산 중단은 엔비디아가 미·중 갈등 속에서 겪는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몇 년간 첨단 AI 칩의 대중국 수출을 제한해 엔비디아 매출에 큰 타격을 줬다. 엔비디아의 중국 매출 비중은 2022 회계연도 26%에서 2025 회계연도 13%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에 엔비디아는 중국 규제에 맞춰 성능을 낮춘 H20을 개발했지만, 지난 4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금지했다.
이후 지난달에는 중국 칩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넘기기로 합의하며, 가까스로 H20 수출 재개를 허락받았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삼성에 HBM 추가 주문을 넣고 대만 TSMC에서 제조한 반완성품 칩을 앰코로 이송했다.
규제가 풀리자, 중국 IT 기업들은 수주 만에 H20 칩 70만개를 주문하며 ‘사재기’에 나섰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엔비디아 칩이 민감한 정보를 미국에 유출할 수 있다”라며 수입을 사실상 금지했다. 이번에는 "미국 기술에 중국을 중독시키겠다"라는 미국 장관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한편, 젠슨 황 CEO는 22일 대만으로 날아가 TSMC를 잠시 방문한 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이날 간담회에서 그는 H20을 대체할 새로운 칩 'B30A' 공급을 논의 중이라고 확인했다. B30A는 H20보다 더 강력한 성능을 갖춘 차세대 칩으로 알려졌지만, 최종 승인 여부는 미국 정부의 판단에 달려 있다.
황 CEO는 “중국 데이터센터용 차세대 칩 공급은 우리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미국 정부의 몫”이라며 “아직은 결과를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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