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부터는 학교나 공공청사 같은 건물뿐만 아니라 민간에서 짓는 큰 건물도 태양광, 지열 같은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새로운 '건축물 에너지 절약설계 기준' 개정안 때문이다.
이 제도는 건물을 지을 때부터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설계를 적용해, 쾌적하면서도 에너지를 적게 쓰는 건축문화를 자리 잡게 하려는 목적을 담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연면적(건물 전체 바닥 면적의 합)이 1,000㎡ 이상인 대형 건축물에 적용된다. 예를 들어, 대형 상가, 오피스 건물, 병원 같은 건물이 해당된다.
다만, 30가구 이상 공동주택이나 단독주택, 그리고 동·식물원 같은 일부 시설은 제외된다. 즉, 집이나 아파트보다는 주로 상업용·업무용 건물이 대상이다.
앞으로 대형 건물을 짓는다면, 다음과 같은 에너지 절약 설비를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햇빛을 잘 차단하거나 받아들일 수 있는 고성능 창호 ▲불필요하게 전기를 쓰지 않도록 맞춘 거실 조명 기준 ▲전기를 덜 쓰는 고효율 냉·난방 기기 ▲태양광 패널이나 지열 시스템 같은 신재생에너지 생산 장치 등이다.
이런 장치들이 합쳐져서 건물이 스스로 일부 전기를 생산하고, 동시에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이번 제도는 건축물이 1년에 쓰는 에너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앞으로는 건물 1㎡당 150㎾h 이하의 에너지를 쓰도록 제한된다.
이는 '제로에너지건축물(ZEB)'이라는 제도에서 정하는 5등급 기준(130㎾h 이하)보다는 약간 완화된 수치다. 즉, 모든 민간 건물을 최고 수준으로 맞추라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일정한 절약 성능을 확보하도록 한 셈이다.
지금까지는 정부 청사나 공공 건물들이 먼저 친환경 설계를 도입해왔다. 하지만 전체 건물 중 대부분은 민간 건축물이다. 따라서 민간 건축물이 참여하지 않으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건물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동시에 국민이 부담하는 에너지 비용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동안 공공 건물이 앞장서 왔지만, 이제는 민간 건축물도 함께 나서야 한다"며 "이 변화가 우리 사회가 탄소중립으로 가는 속도를 더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제도 시행으로 앞으로 지어지는 대형 민간 건물들은 자연스럽게 태양광 패널, 고효율 냉난방기기, 절전 조명 같은 설비를 기본으로 갖추게 된다.
물론 처음 건축비가 다소 올라갈 수 있지만, 건물이 완공된 뒤에는 전기요금과 난방비 등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이익이 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앞으로도 민간 건축물의 기준을 점점 더 강화해, 장기적으로는 대부분의 건축물이 '제로에너지 건축물' 수준에 도달하도록 할 계획이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