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고전 중인 인텔에 50억달러(약 7조원)를 투자하며 대규모 기술 협력에 나섰다. 한편으로는 지분 10%를 인수하며 인텔 살리기에 나선 트럼프 행정부를 도우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인텔은 18일(현지시간) 엔비디아가 50억달러를 투자하고, 양사가 데이터센터와 PC용 차세대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미국 정부가 인텔에 100억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한 지 불과 몇 주 만에 이뤄진 것으로, 엔비디아는 새 주식 발행 후 약 4%의 인텔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이 소식에 인텔 주가는 23% 급등했다.
인텔은 한때 ‘실리콘밸리의 상징’으로 불렸지만, 최근 수년간의 반전 시도가 실패하면서 인공지능(AI) 시대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 3월 새로 선임된 립부 탄 CEO는 비용 절감과 자금 조달에 집중해 왔으며, 이번 엔비디아 투자로 반등의 기회를 잡게 됐다. 탄 CEO는 발표 자리에서 “30년 친구인 젠슨 황 CEO의 신뢰에 감사한다”라고 밝혔다.
이번 협력은 인텔의 x86 기반 CPU와 엔비디아의 GPU를 결합해 데이터센터와 PC용 차세대 AI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양사는 CPU와 GPU를 고속으로 연결하는 엔비디아 독자 기술을 활용해 대규모 AI 연산 효율을 높일 계획이다. 또 인텔이 제조하는 PC·노트북용 CPU에 엔비디아 GPU를 통합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번 협력은 이전에 엔비디아가 인수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다만, 양사는 파운드리 협력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황 CEO는 “현재는 제품 협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인텔 파운드리 기술 평가도 계속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인텔은 앞으로 애플과 퀄컴, 브로드컴 등 대형 고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파운드리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거래가 TSMC와 AMD에 장기적으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엔비디아의 주력 GPU는 TSMC가 생산하고 있지만, 인텔이 공동 개발을 통해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AMD도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인텔과 경쟁해 왔으나, 엔비디아의 지원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엔비디아는 인텔 CPU를 AI 슈퍼컴퓨터 ‘NVLink’ 랙에 도입해 대규모 연산 시스템을 구성할 계획이다. 황 CEO는 “엔비디아는 인텔 CPU의 대형 고객이 될 것이며, 동시에 인텔 칩에 GPU 기술을 공급하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사가 공략할 시장은 500억달러(약 7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에 동행한 황 CEO는 간담회를 통해 인텔과의 전략적 투자 및 협력 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최근 몇달 동안 탄 CEO와 함께 백악관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이번 투자 계약에 트럼프 행정부가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또 이번 투자는 1년 동안 준비됐으며, 탄 CEO가 지난 3월 임명되기 이전부터 논의해 왔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50억 달러 투자에서 얻을 수익은 환상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악관도 성명을 통해 “엔비디아와 인텔의 협력은 미국 첨단 제조업의 중대한 이정표”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이 파트너십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지만, 당연히 매우 지지해 주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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