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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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기의 보급으로 젊은 층의 문해력(literacy)이 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등장한 것은 이미 꽤 오래전부터입니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는 종이책을 도입하고 손 글씨를 장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했습니다. 

국내에서도 몇년 전 '심심한 사과'와 '금일'이라는 단어에 대한 해석 문제로 논란이 일어난 바 있습니다. 일부 네티즌들이 깊고 간절하다는 뜻의 '심심(甚深)'을 '하는 일이 없어서 지루하고 재미없다'로, 오늘을 뜻하는 '금일(今日)'을 '금요일'로 해석한 결과입니다.

이처럼 기술이 사람을 멍청하게 만든다는 지적은 그리스 시대부터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플라톤의 저서 '파이드로스'에 따르면, 소크라테스는 글쓰기가 인간의 기억력을 약화하고 영혼에 건망증을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또, 미국에서는 2008년 "구글이 우리를 멍청하게 만들고 있는가"라는 에세이가 큰 반응을 일으켰습니다. 인터넷이 인지에 해로운 영향을 미쳐 집중력과 사고 능력을 저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우려는 일부 과장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간) 'AI와 소셜 미디어가 브레인롯(Brainrot)에 어떻게 기여하는가'라는 글을 게재했습니다.

브레인롯이란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인터넷의 짧은 영상에 중독, 뇌가 썩는 느낌을 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뇌절(뇌가 절여졌다)이라고도 불립니다. 

이는 지난해 옥스포드 출판부의 '올해의 단어'에 선정됐으며, 올해에는 '이탈리안 브레인롯'이라는 어이없는 영상의 인기로 널리 알려지게 됐습니다. 

AI 검색과 챗봇이 인지 저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는 올해 초 시리 멜루마드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 스쿨 교수가 250여명의 학생들에게 내준 간단한 글쓰기 숙제가 소개됐습니다.

멜루마드 교수는 건강한 생활 방식을 위한 글을 작성하기 위해 일부 학생에게는 전통적인 구글 검색만을 사용하라고 했고, 나머지는 구글의 AI 개요만을 참고하라고 했습니다.

그 결과, AI 생성 요약을 사용한 학생들은 '건강식을 먹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라'는 등 일반적이고 당연하며 대체로 도움이 되지 않는 글을 작성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구글 웹 검색을 통해 정보를 찾은 사람들은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건강을 포함한 다양한 웰빙 요소에 집중하는 것에 대해 더 섬세한 조언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이번 실험은 지금까지 발표된 다른 연구들과 마찬가지로, 챗봇과 AI 검색 도구에 크게 의존하는 사람들이 이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일반적으로 성과가 저조하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멜루마드 교수는 "AI로 인해 일부 학생들이 전통적인 구글 검색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 놀랐다"이라며 "솔직히 말해서 좀 걱정된다"라고 말했습니다.

기술 업계는 챗봇과 새로운 AI 검색 도구가 우리의 학습 및 발전 방식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이런 기술을 무시하는 사람은 도태될 위험이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AI가 인지를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는 잇달아 등장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지난 7월 발표된 MIT 연구입니다.

당시 연구진은 미국의 18~39세 54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아무런 도움 없이 에세이를 작성하는 비사용 그룹 ▲검색엔진을 사용하는 그룹 ▲챗GPT를 사용하는 그룹 등으로 나눠, 각각 20분 동안 짧은 에세이를 작성하는 방식입니다.

특히, 참가자들에게 뇌파 측정 장치(EEG)를 착용, 32개 영역에서 뇌의 활동 수준을 실시간으로 측정했습니다.

챗GPT 사용 그룹의 뇌 활동이 가장 낮았다고 합니다. AI 챗봇이 작업을 대신 처리해 줬기 때문에 당연한 일입니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작문을 마친 뒤 나타났습니다. 에세이를 완성한 지 1분 뒤 참가자들은 자신이 작성한 글의 아무 부분이나 인용하도록 요청받았습니다. 챗GPT 사용자의 대다수(83%)는 단 한문장도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구글 검색을 사용한 학생들은 일부 내용을 인용할 수 있었고, 아무 기술도 사용하지 않는 학생들은 많은 문장을 외울 수 있었습니다.

연구를 주도한 나탈리아 코스미나 MIT 연구원은 "1분 뒤에도 무슨 글을 썼는지 기억하지 못하면, 글의 작성자라고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시험으로 여겨지는 국가교육진척도평가(National Assessment of Educational Progress)에서는 중고생의 독해 점수가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2024년 평균 독해 점수는 2019년보다 3점 낮았으며, 1992년 평가와 비교하면 10점이나 떨어졌습니다.

NYT는 인지 저하의 주범으로 AI와 함께 소셜 미디어를 꼽았습니다. 소셜 미디어 사용도 읽기와 기억력, 언어 능력 등을 떨어뜨린다는 것입니다.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그리고 MIT 연구에는 AI 챗봇을 사용하는 경우 머리가 썩는 것이 아니라, 도움이 되는 방법에 대한 힌트가 있습니다. 바로 참여자들의 역할을 바꾼 것입니다.

글을 쓸 때 자신의 두뇌에만 의존했던 사람들이 챗GPT를 사용하고, 챗GPT에 의존했던 사람들은 머리만 쓰도록 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전 시험과 똑같은 주제로 에세이를 작성하도록 했습니다.

원래 뇌에만 의존했던 참여자들은 챗GPT를 사용할 수 있게 되자 가장 높은 뇌 활동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처음에 챗GPT를 사용했던 사람들은 머리만 사용하자 이전 그룹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스스로 학습을 진행하고 나중에 AI 도구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연필과 종이로 수학 문제를 풀고, 나중에 계산기를 사용하는 식입니다.

멜루마드 교수는 "링크를 훑어보고 신뢰할 수 있는 출처를 클릭해서 읽는 뇌의 능동적 과정을 모두 자동화, 뇌를 수동적으로 만든다는 것이 AI 도구의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AI를 건강하게 사용하려면 방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챗봇에 광범위한 내용을 요약해달라고 요청하기보다, 세부적인 내용을 확인하는 것에 활용하라는 조언입니다. 

그리고 "더 깊이 배우고 싶다면, 책을 읽어 보라"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6일 주요 뉴스입니다.

(사진=S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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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타임스 news@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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