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이 자난 9월 '클로드'의 중국 기업 접근을 차단하겠다고 밝힌 것은 나름 큰 이슈였습니다. 중국 개발자들도 클로드를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또 일부 중국 기업은 해외에 지사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동남아 등을 대상으로 바이브 코딩 플랫폼을 서비스 중이었는데, 여기에서도 클로드 사용이 막혀 버리게 되자 난처해진 것입니다.
이 때부터 중국에서 출시되는 모델에는 '코딩에 강점'이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미니맥스의 'M2'나 앤트 그룹의 '링-1T' 등이 대표적입니다. 코딩에서도 미국을 추격하겠다고 타깃을 설정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난 몇년간 중국이 AI 모델 분야에서 미국을 따라잡겠다고 열을 올리면, 결과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파운데이션 모델 분야에서는 알리바바와 딥시크 등이 미국을 위협할 수준으로 성장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또 지난해 2월 '소라'의 등장으로 충격을 받은 뒤 한동안 동영상 생성 모델 개발을 국가적으로 장려했는데, 그 결과 올해에는 '클링' 등으로 미국을 앞섰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코딩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대표 주자는 '중국의 오픈AI'로 꼽혔던 지푸 AI입니다. 미국 정부로부터 중국군과 연관됐다는 이유로 올해 초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이 회사는 얼마 전 Z.ai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지난달에는 코딩 능력을 강화한 ‘GLM-4.6’을 출시했습니다. 이 모델은 앤트로픽의 최신 모델 '클로드 소네트 4.5'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정상급의 코딩 성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클로드 소네트 4.5보다 API 가격이 5배 이상 저렴합니다.
그리고 출시 한달여가 지나자, 흥미로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4일 미국의 바이브 코딩 업체인 커서와 코그니션이 최근 선보인 자체 모델이 지푸를 베이스로 한 미세조정 버전이라고 소개한 것입니다.
코그니션은 지난달 29일 코딩 특화 자체 개발 모델인 'SWE-1.5'를 출시하고, 이를 윈드서프 플랫폼에서 서비스하기 시작했습니다.
블로그를 통해 "신중한 평가와 삭제 과정을 거쳐, 강력한 오픈 소스 모델을 사후 학습 기반으로 선정했다"라고 밝혔는데, 베이스 모델이 무엇인지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사용자들은 이 도구에 모델명이 무엇인지 직접 물었는데, 그 결과 '베이징에 본사를 둔 지푸 AI의 GLM 시리즈 기반 모델'이라는 답을 얻었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지푸도 공식적으로 "SWE-1.5가 최신 플래그십 모델인 GLM-4.6을 기본 모델로 사용했다"라고 발표했습니다. 코그니션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가장 잘나가는 커서도 비슷합니다. 지난달 29일 처음으로 자체 개발한 ‘컴포저’를 공개했습니다. 이는 코드 작성부터 디버깅, 테스트까지 전 과정을 스스로 수행할 수 있으며, 다른 모델보다 출력 속도가 4배 빠르다고 강조했습니다.
커서는 이 모델이 전문가 혼합(MoE) 방식으로 강화 학습(RL)을 통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에 특화됐다고만 밝혔지, 프롬 스크래치 모델인지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이 모델이 중국어로 추론을 생성한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일부 관찰자들은 도구의 지능을 제공하는 기본 모델 역시 중국어일 것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커서도 논평을 거부했습니다.
지푸는 4일 최근 2개월 동안 해외 유료 사용자 수가 10배나 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GLM-4.6는 현재 월간 API 사용자가 10만여명이며, 해외의 무료 사용자가 300만명에 달한다는 내용입니다. "지푸의 글로벌 사업에 변화를 가져온 모델"이라는 설명입니다.
또, 코딩 도구를 제공하는 킬로 코드(Kilo Code)는 GLM-4.6이 저렴한 비용 때문에 플랫폼 사상 가장 빠르게 도입됐으며, 토큰 사용량이 12일 만에 94배로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지푸는 국제 무대에서 앤트로픽이나 오픈AI를 상대로 코딩 시장에서 경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리지쉬안 지푸 글로벌 운영 책임자는 "해외 성장률이 국내 성장률을 앞지르고 있다"라며 "API 사업은 더욱 유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고 투자 수익률도 더 높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클로드 금지 당시에는 전전긍긍하던 중국 기업의 목소리에도 힘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바이트댄스의 싱가포르 자회사인 코딩 전문 트레이(Trae)는 5일 공식 디스코드 채널을 통해 "클로드 모델에 대한 접속을 중단했다"라고 발표했습니다.
트레이는 "오픈AI나 구글, 딥시크 등 다른 최고 모델을 제공, 이전과 동일한 고품질 제품 성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미래에 대한 확신이 넘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회사는 지난 9월 클로드 금지 조치 발표 직후에는 "아직 클로드를 사용할 수 있다"라며, 당분간 환불은 고려하지 말 것을 당부한 바 있습니다.
글로벌 코딩 시장에서는 아직 앤트로픽과 오픈AI가 주도권을 쥐고 있습니다. 2025년 상반기 기준으로 앤트로픽은 기업용 API 사용량 32%로 1위를 차지했으며, 오픈AI(25%)로 2위, 구글(20%)이 뒤를 쫓고 있습니다. 아직 중국 기업은 점유율이 미미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이제 막 코딩 분야 추격이 시작됐다는 점과 저렴한 비용 등을 따지면 상황은 어떻게 변할지 모릅니다. 코딩은 챗봇과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동영상 모델에서도 중국은 경쟁력을 입증한 바 있습니다.
이어 5일 주요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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