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주 로켓 스타트업 ‘로켓랩(Rocket Lab)’이 발사 후 낙하하는 로켓을 헬리콥터로 낚아채는데 성공했다. 한번 우주로 발사하는데 드는 막대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재사용 가능한 로켓'을 만들기 위해서다. 향후 로켓이 낙하할 때 열에 타지 않고 보존 가능한 기술까지 더해지면 로켓 제조 산업에 기여할 전망이다. 현재 재사용 가능한 로켓을 보유한 기업은 미국 기업 '스페이스X'가 유일하다.
로켓랩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연구진은 헬리콥터가 낙하하는 로켓을 포착하는 과정을 이달 3일(미 현지 시간)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보여줬다. 이날 사용한 로켓은 ‘일렉트론(Electron)’ 이다. 우주에서 지상으로 떨어지는 로켓를 헬리콥터가 잡는데 성공하자 관계자들은 환호성을 터트렸다.
이달 3일(미국 현지 시간) 진행한 생중계. (영상=유튜브)
원리는 간단하다. 일렉트론이 우주로 발사되면 바로 헬리콥터를 띄운다. 로켓이 떨어질 고도·위치에 헬리콥터가 미리 가 있는 방식이다. 이번 생중계에서 진행된 실험에서는 ‘시코르스키 S-92’ 헬리콥터를 사용했다. 헬리콥터에는 조종사 2명이 탑승한다. 기체 밑에는 로켓을 잡을 긴 케이블이 탑재돼 있다.
같은 날 미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우주에서 돌아오는 로켓이 지상으로 다시 내려올 때, 로켓 머리 부분에 낙하산이 튀어나온다. 미리 공중에 있던 헬리콥터는 기체 밑에 달린 케이블로 낙하산을 낚아챈다. 낚시하는 장면을 떠올리면 된다.
왜 헬리콥터로 낚아챌까?
그동안 로켓랩 연구진은 재사용 로켓 개발을 위한 연구에 주력했다. 주로 연료 효율이 높은 접근 방식에 초점 맞췄다. 우선 로켓이 지상으로 떨어질 때 차가운 가스를 내뿜는 추진기 시스템을 탑재했다. 방향을 흐트러트리지 않기 위해서다. 섭씨 2300도(℃)가 넘는 온도에서 로켓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도 추가했다. 실험 결과 부스터는 약 80km 고도에서 분리됐고 하강하는 동안 시속 8400km/h까지 속도가 붙었다.
부스터가 낙하할 때는 대기 마찰이 브레이크 역할을 했다. 발사 후 약 7분 40초가 지나자 로켓 낙하 속도는 음속의 2배 이하로 느려졌다. 이때 부스터 머리 부분에서 펼쳐지는 예비 낙하산이 마찰을 더했다. 그 후에 나오는 메인 낙하산은 부스터 속도를 더 느리게 했다.
이를 통해 로켓랩은 해당 로켓이 재진입 단계에서 타지 않고 보존될 수 있다는 점을 이미 입증한 바 있다. 그러나 로켓은 모두 바다에 빠져 직접 검증하지 못했다. 연구진은 고심 끝에 그동안 개발한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 헬리콥터를 이용했다. 로켓랩 연구진들은 헬리콥터가 낚아챈 로켓을 가져다 향후 연구까지 가능하다.
피터 백(Peter Beck) 로켓랩 최고경영자(CEO)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로켓 제조 비용 중 80%가 재료와 인건비에 쓰인다”며 “로켓 제조 산업은 여전히 일차원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헬리콥터로 가져온 위성을 재활용해 다른 궤도 진입에 사용할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가 지휘하는 스페이스X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재사용 가능한 로켓을 갖고 있다. 스페이스X는 2012년부터 ‘팰컨 9호(Falcon 9)’ 1단 로켓을 역추진 엔진을 통해 착륙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현재 스페이스X는 차세대 슈퍼 로켓인 ‘스타쉽(Starship)’’을 완전히 재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다. 경쟁사인 ‘블루오리진(Blue Origin)’이나 중국 로켓 기업은 현재 부분적으로 재사용할 수 있는 로켓을 비슷하게 개발하고 있다.
AI타임스 김미정 기자 kimj7521@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