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가 동맹국에 미국과 같은 수준의 첨단 반도체 대중국 수출규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사진=셔터스톡)
미국 행정부가 동맹국에 미국과 같은 수준의 첨단 반도체 대중국 수출규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사진=셔터스톡)

해외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기술전쟁에 끼여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4일 익명의 한국 정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한국 정부가 내부적으로 미국 주도의 칩4 동맹에 가입하기로 결정하고 발표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 미국에 반도체 장비를 의존하고 있어 미국 및 동맹국과의 긴밀한 결속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한국의 최대 반도체 칩 교역국이어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분석도 함께 내놓았다.

SCMP 보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미국이 일본과 네덜란드에 요청한 것처럼 우리나라에 대중국 반도체 수출 제한에 동참하라고 요청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수출 통제 강화는 국내 기업에 어느정도의 불확실성을 야기하는 것이 사실이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1년 동안 예외를 허용받기는 했지만 연말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실정이다.

한국은 세계 2위의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이다.(사진=삼성전자)
한국은 세계 2위의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이다.(사진=삼성전자)

한국무역협회(KITA)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은 20% 안팎이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반도체 메모리 생산의 강력한 경쟁력과 달리 반도체 장비 수입 의존도가 높아 시스템적인 불균형이 존재한다. 

지난해 반도체 장비 수입액의 77%는 미국, 일본, 네덜란드에서 나왔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반도체 장비 시장이다. 국내에서 제조한 칩은 미국의 도구와 소프트웨어를 필요로 한다.

칩4 동맹은 미국이 자국 주도 하에 한국, 대만, 일본과 반도체 협업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맺고자 하는 동맹이다. 미국이 팹리스 주도권을 쥐고 있으니 그 경쟁력은 유지하되, 파운드리 강자 대만과 메모리 강자인 한국, 그리고 주요 기술국가 중 하나인 일본과의 동맹을 통해 자국 반도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목적이다.

반면 중국은 한국의 최대 반도체 교역국이다. 올해 초 KIEP(대외경제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의 전체 반도체 수출량의 43.2%가 중국 본토로, 또 다른 18.3%가 홍콩으로 보내져 한국 전체 출하량의 61.5%를 차지한다. 한국의 중국 반도체 수출은 2000년에서 2021년 사이에 거의 13배 증가했다.

이에 밀러 터프츠대 교수는 "미국의 차기 의회는 동맹국들의 수출 통제 동참을 계속 추진할 것이고, 한국 정부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복잡한 균형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며 "중국이 미국의 통제를 피하는데 한국 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앞으로 워싱턴의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찬 위원 cpark@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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