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예술, 그 경계에서 인간을 다시 묻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이 오래된 질문이 인공지능 시대에 다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예술은 신의 계시였고, 르네상스 이후엔 인간의 정신이었다. 

20세기에 이르러선 개념과 맥락의 예술이 등장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감정을 가지지 않은 존재'인 인공지능에게 창작의 일부를 맡기고 있다.

그렇다면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AI가 정말 예술을 할 수 있을까? 더 본질적으로, '창조'란 과연 무엇인가? 예술은 감정인가, 구조인가.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알고리즘을 통해 음악, 그림, 글 등을 만든다. 기술적으로는 완벽에 가까울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는 빠져 있는 것이 있다. 바로 '고통'이다.

예술은 오랫동안 인간의 감정, 특히 상실, 외로움, 분노와 같은 내면의 깊은 경험을 토대로 탄생해왔다.

반면, AI는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한다. 다만 인간의 감정을 수치화하고 패턴화해 학습할 뿐이다.

그렇다면 혹자들은 왜 AI가 만든 작품에 감동하는 걸까? 그 이유는 작품 속에 AI의 감정이 담겨 있어서가 아니다. 인간의 감정이 그 안에 투영되었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하며 감동을 느끼는 것이다.

2022년 콜로라도 스테이트 페어 미술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Jason Allen의 작품 Théâtre d‘Opéra Spatial, ArtNew
2022년 콜로라도 스테이트 페어 미술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Jason Allen의 작품 Théâtre d‘Opéra Spatial, ArtNew

창작의 윤리, 그리고 새로운 질문

AI가 창작의 파트너가 된 지금, 우리는 새로운 질문 앞에 선다. "누가 예술가인가?" AI가 만든 그림의 작가는 누구인가?

학습용 데이터를 모은 사람? 알고리즘을 설계한 개발자? 아니면 '지브리풍으로 바꿔줘'라고 입력한 사용자? 저작권은 누구에게 귀속돼야 하는가?

AI의 창작물이 예술이라면, 그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가? 법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우리는 여전히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또 하나의 질문은 이렇다. "표현의 자유는 인간만의 권리인가?" 예술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 때론 사회에 대한 저항이고, 내면의 고백이며, 존재의 외침이다. 

의지 없는 기계가 과연 그런 예술의 본질을 구현할 수 있을까?

AI는 인간의 거울인가, 창작자인가. 흥미로운 점은, AI가 만든 작품이 오히려 인간의 무의식을 비춰주는 거울처럼 작동한다는 것이다.

AI는 인간이 미처 자각하지 못한 취향과 감성을 포착하고 조합해 보여준다. 그렇게 우리는 AI의 그림에서 결국 인간 자신을 다시 보는 건 아닐까.

AI는 예술을 창조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의 창작을 증폭하고 확산하는 새로운 언어와 도구가 된다. 그렇기에 AI는 예술의 위협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뮤즈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왜 예술을 만드는가. AI는 우리에게 되묻는다. "너는 왜 예술을 만드는가?"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과거의 예술가들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만약 피카소와 뒤샹, 샤갈이 지금 살아있었다면 AI를 거부했을까? 아니면 기꺼이 받아들였을까? 

예술의 미래는 인간만의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여전히 인간의 감각과 갈망, 해석과 불안이 있다.

기계는 감정을 갖지 못한다. 창작의 고통도 모른다. 그러나 그 감정을 담아낼 그릇이 될 수는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표현했는가"보다, "누가, 왜 그것을 표현했는가"로 귀결되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AI 시대의 예술가란, 기술을 넘어서 의미를 창조하고 질문을 던지는 존재일 것이다. 그리고 그 역할은, 아직까지도 분명히 인간의 몫이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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