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신혼부부 주거안정 첫 삽, 진도에서 시작된 인구정책의 전환
전라남도가 지방소멸위기 극복을 위한 인구정책 전환의 신호탄으로 '전남형 만원주택' 사업의 첫 삽을 떴다. 4월 24일, 진도군 남동리에서 열린 기공식은 단지 아파트 공사가 아닌, 청년과 신혼부부의 삶의 터를 되찾아주는 주거정책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전남형 만원주택'은 이름 그대로 보증금 없이 월 1만 원의 임대료로 최대 10년간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이다. 신혼부부(전용 85㎡ 이하)와 청년층(전용 60㎡ 이하)을 대상으로, 생활비 부담이 큰 청년세대의 정착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주거복지 정책이다.
김영록 전라남도지사는 이날 기공식에서 "전남형 만원주택은 단순한 주택공급이 아니라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희망과 꿈을 심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지방의 청년 유출이 심각한 가운데, 주거비 부담은 귀촌·정착의 최대 걸림돌이다. 이에 착안한 '만원주택'은 임대료 자체를 '상징적 수준'으로 낮춰 청년의 경제적 해방감을 제공하고, 지역에서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다.
김 지사는 "이곳이 단지 아파트가 아닌, 청년들이 안심하고 미래를 그릴 수 있는 보금자리이자 공동체의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며, "튼튼하고 아늑한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22개 시·군을 넘어 대한민국 청년의 대안이 되길
전남도의회 김태균 의장은 축사를 통해 '전남형 만원주택'의 확장 가능성에 기대를 드러냈다.
그는 "전남에서는 매년 약 4천 명이 빠져나가고 있고, 이 중 대다수가 청년"이라며, "이 주택정책이 청년 유출을 막는 실질적 제동장치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늘 진도에서의 착공이 전남 22개 시·군을 넘어, 대한민국 청년들이 전남에서 정착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히며, 도의회 차원에서도 '지역소멸 및 인구감소 대응 TF'를 운영해 정책적 뒷받침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도 시작으로 고흥·보성·신안까지 확산…총 210호 공급 예정
이번 진도 착공은 총 60세대 규모(청년 30세대, 신혼부부 30세대)로, 15층 2개 동이 3,442㎡ 부지 위에 들어선다. 총 사업비는 180억 원이며, 이 중 150억 원은 전남도, 30억 원은 진도군이 분담한다.
이어 6월에는 고흥군, 10월에는 보성과 신안군에서도 착공이 예정되어 있다. 전남도는 2027년까지 총 210호를 공급하고, 올해 하반기부터는 입주자 모집을 시작해 2026년 상반기부터 순차 입주가 이뤄질 예정이다.
'전남형 만원주택'은 기존의 단순한 공공주택 정책과는 다르다. 그것은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왜 이 지역에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를 집으로 설계하는 정책이다. 낮은 임대료는 단순한 경제적 유인 그 이상이다. 삶을 꾸릴 수 있는 기반이자, 지역사회로 들어오는 입구다.
진도에서 시작된 이 시도는 '인구가 머무는 이유'가 뿌리내리는 공간을 만드는 실험이자, 지방정부 주도의 생활밀착형 인구정책의 대표 사례가 될 수 있다.
'전남형 만원주택'의 확산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입주 희망자들의 실제 수요에 맞춘 공급 조절, 주거 공간의 품질 관리, 생활 편의시설과의 연계 등이 동반되어야 지속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
무엇보다 청년 주거는 '주택'이 아니라 '정주 여건 전체'와 함께 접근해야 한다는 점에서, 지역 내 일자리, 보육, 문화 정책과의 종합적 연계가 중요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작은 아파트가 전남이 다시 사람을 부르는 신호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을 불러들이는 집 한 채가, 지역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전남의 인구정책은 지금, 가장 현실적인 곳에서 시작되고 있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