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인구를 지키는 교육의 프런트라인

대한민국의 인구감소 위기 속에서 지역대학은 단지 교육기관이 아니다. 지역을 지탱하는 생명선이자, 젊은 인구의 마지막 보루다. 특히 전라남도처럼 수도권과 먼 거리의 농어촌·중소도시가 중심인 지역에서는 대학의 존립 여부가 곧 지역의 존립 가능성과 직결된다.

순천대학교 (AI타임스DB)
순천대학교 (AI타임스DB)

하지만 전국 곳곳의 지방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위기를 겪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신입생 충원율 미달, 학과 통폐합, 폐교 위기까지 현실화되고 있다. 이처럼 대학의 미래는 지역의 미래와 동전의 양면처럼 얽혀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전남의 두 국립대학, 순천대학교와 목포대학교는 지역과 함께 살아가는 새로운 교육 생태계 구축에 나서며 전남형 인구정책 전환의 중심축으로 주목받고 있다.

동부권의 활력, 순천대학교가 만든다

순천대학교는 최근 몇 년 간 도시와 대학의 상생 구조를 설계하는 실험적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순천시와 연계한 애니메이션·웹툰 클러스터 기반 협업, 지역 정원·생태산업과 연계된 전공개편 논의 등은 단순한 '학생 유치'에서 벗어나, 도시와 청년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지향하고 있다. 이른바 '캠퍼스 혁신파크'의 방향성이다. 

순천대는 인근 전문대학과도 기능적 연계를 고려한 교육-산업-정주 연결 플랫폼 구축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는 전남 동부권의 청년 정착 기반을 대학이 선도하는 새로운 실험이자 실천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순천시가 추진 중인 '애니메이션·웹툰 클러스터' 조성사업은 순천만국가정원과 원도심 일대를 문화콘텐츠 산업의 중심지로 탈바꿈시키려는 전략으로, 순천대와의 협력을 통해 지역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와 창의적인 교육 환경을 제공하고자 한다.​

이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향후 순천대를 중심으로 한 '전남형 지역대학 연합 네트워크'를 구상해볼 수 있다. 이는 대학과 지역산업 간의 직업교육 체계를 보다 긴밀히 연결하고, 전남의 정원·농업·생태 등 지역 특화 산업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전공 개편 등도 제안될 수 있다.​

서부권의 중심, 목포대학교가 버틴다

전남 서부권의 중핵은 목포대학교가 맡고 있다. 해양·수산·조선 산업이 집중된 서남해권은 고유의 산업 구조와 함께 만성적인 보건·응급 인력 부족, 농어촌 고령화라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

목포대학교 송 총장과 학생들이 교정을 걷고 있다. (AI타임스DB)
목포대학교 송 총장과 학생들이 교정을 걷고 있다. (AI타임스DB)

목포대학교는 이러한 지역 특성을 고려해 응급의료, 산업재해 대응, 재난관리, 해양 특화 교육과 연구를 강화하며 지역사회와 유기적으로 연계된 학문체계를 꾸려가고 있다. 

특히 공공의료와 필수인력 양성 문제에서 목포대가 감당하고 있는 역할은 단순한 교육기관의 수준을 넘어서 지역 존립을 위한 사회안전망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는 단지 대학의 생존전략이 아닌, 지역 전체가 교육과 산업을 통해 함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과제다.​ 

그런 측면에서 대학은 단순히 남아 있기 위한 교육이 아니라, 지역에서 살아가기 위한 학문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선택적 핵심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특히 캠퍼스 공간을 '학습과 삶,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전환하고, 청년주택, 창업지원센터, 복합문화공간 등을 유치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지역대학이 중심이 될 때, 지역은 다시 시작할 수 있다

한편, 전남 곳곳에서는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새로운 인구정책 실험도 이어지고 있다. 지방소멸위기지역의 주민조사단, 청년정책네트워크와 같은 시민참여형 마을정책 플랫폼은 인구정책의 방향을 수치 중심에서 삶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왜 사람들이 떠나는가'에서 시작한 질문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머무를 수 있는가'로 이어졌고, 그 답은 시민의 목소리를 직접 반영하는 로컬 거버넌스에서 찾아지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시민들과 함께 마을공동체 재생, 소득창출형 마을사업, 청년 정주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중앙-도-시군이 위에서 만드는 정책이 아닌, 현장 주민과 청년들이 직접 만드는 삶의 정책으로, 단순한 전입 유도나 출산장려금보다 훨씬 더 장기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으로 작동한다.

목포대학교와 순천대학교 (AI타임스DB)
목포대학교와 순천대학교 (AI타임스DB)

지방의 인구정책은 단지 중앙정부의 예산정책이 아니라, 지역대학이 지역의 미래를 어떻게 연결하고, 시민이 그 미래를 어떻게 주도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남을 이유'를 설계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핵심은 지역의 청년이 지역에서 배울 수 있는 교육, 지역의 주민이 지역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순천대학교와 목포대학교는 각기 동부와 서부에서 전남 인구정책 전환의 두 날개다. 하나는 생태와 문화, 또 하나는 산업과 의료라는 축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전남의 청년이 지역에 머무를 수 있는 이유를 교육과 공간, 정책으로 설계해내야 한다.

지역대학이 무너지면 지역도 무너진다. 하지만 지역대학이 중심을 잡고 살아나면, 그 지역은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지금, 순천대학교와 목포대학교가 그 가능성을 증명해내고 있다.

※다음 편 예고. [기획-인구문제⑧] 전문대학, 현장에 인구를 묶다 – 실용교육과 직업정착의 최전선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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