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록 전라남도지사는 7월 11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정부의 RE100 산업단지 정책을 환영하며, 이를 기반으로 '서남권 인구 50만 에너지 혁신성장벨트'와 '연간 1조 원 에너지 기본소득 시대' 실현 등 전남형 미래 에너지신도시 모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10일, 출범 36일 만에 전남에 RE100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이를 국가적 에너지신도시 프로젝트로 확장하는 파격적 정책을 발표했다.
전남의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을 활용해 기업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수요를 충족시키고, 법 제정과 인센티브를 통해 정주여건까지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런 목표가 단순한 비전 제시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실현되려면, 몇 가지 근본적인 조건과 과제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정책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전남에 RE100 산업단지를 조성, 기업의 재생에너지 100% 수요를 충족.
- RE100 및 에너지신도시 특별법 제정을 통해 전력 공급, 기업 유치, 정주여건 개선을 법적으로 뒷받침.
- 파격적인 전기료 할인, 규제 철폐, 교육·생활 인프라 강화 등 추가 지원.
- 전력계통을 개선해 100일 내 접속 물량 1GW, 연말까지 2.3GW까지 확대.
- HVDC(초고압 직류송전) 등 신기술을 활용한 ‘에너지 고속도로(K-그리드)’ 계획도 조만간 발표 예정.
전남도의 비전과 계획을 살펴보면, "2030년까지 23GW 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단지 구축"과 '서남권 인구 50만 에너지 혁신성장벨트' 조성, 연간 1조 원 규모의 에너지 기본소득 실현, 솔라시도 기업도시, 해상풍력 허브, AI-농산업 융복합 지구, 데이터센터 등 첨단 산업단지 유치 등이다.
비전과 정책 방향은 야심차고 긍정적이지만, 전남이 과연 이런 전략을 현실화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는 별도로 냉정하게 점검해야 한다.
첫째, '전력 계통 안정성 확보'다. 전남은 이미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 계통 포화 문제가 있다. 정부가 밝힌 '2.3GW 접속 확대'와 HVDC 계획이 실제로 언제, 어떻게 구현될지가 관건이다.
재생에너지는 간헐적이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저장장치(ESS)나 백업 전원, 계통 보강이 병행되지 않으면 안정적인 전력 수급에 한계가 있다.
둘째, '법과 제도적 장치'다. 아직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았고, 인센티브의 구체적 내용도 발표되지 않았다. 교육, 주거, 의료 등 정주 여건 개선 역시 예산과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
셋째, '기업 유치와 수요 검증'이다. 전남에 입주할 RE100 수요 기업이 충분한지, 그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수준의 인프라와 인센티브가 가능한지 점검이 필요하다.
넷째, '지역민과의 소통과 수용성'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로 인한 부지 확보, 환경·경관 훼손, 주민 반대 등 사회적 갈등을 해소할 방안이 필요하다.
때문에 보다 면밀한 전략 수립이 필요해 보인다. 도민과 국민에게 신뢰를 주려면, 단순히 비전과 구호를 나열하기보다는 구체적이고 실행가능한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전남도는 ▲전력계통 보강 계획의 구체적 일정과 기술적 대안 제시, ▲RE100 특별법 통과를 위한 중앙정부와의 긴밀한 협의 및 대응전략, ▲기업 수요와 입지 적합성에 대한 사전 조사와 검증,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참여형 개발 모델과 보상체계 등의 보강이 필요하다고 꼬집는다.
정부의 RE100 산단 및 에너지신도시 전략은 전남의 미래 성장동력으로서 큰 기회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 전남이 처한 전력계통 문제, 정주 여건, 제도적 준비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준비 없이 비전만 제시하는 것은 자칫 '구호성 정책'으로 비칠 수 있다.
따라서 전남도는 현재의 조건을 냉정하게 점검하고, 필요한 법적·기술적·사회적 준비를 갖춘 후, 실행 가능한 전략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정부의 정책에 호응하고 진정한 의미의 에너지신도시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