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 철강·이차전지 산업의 중심지인 광양산단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철강·이차전지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가 예상되면서 광양산단 내 기업들의 수출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광양시는 지역 철강·이차전지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대응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24일 '트럼프 2기 관세정책 대응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철강·이차전지 업계 대표들과 유관 기관 관계자들이 모여 기업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현실적인 대응책을 논의했다. 그러나 광양시의 대응 방향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광양시, 철강·이차전지 산업 보호 위한 대응책 추진
광양시는 이번 간담회를 통해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 지정, 이차전지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추가 지정, 철강 산업을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명시하는 방안 등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광양시가 추진하는 핵심 대응책은 다음과 같다.
▸광양시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 지정 추진 - 정부가 특별지역으로 지정할 경우, 금융 지원, 세제 혜택, 규제 완화 등 다양한 지원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지금까지 특별지역으로 지정된 사례는 산업이 극심한 위기를 맞았을 때만 적용되었으며, 현재 광양산단이 그런 기준을 충족할지는 불확실하다.
▸이차전지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추가 지정 요청 - 이차전지 산업이 미래 핵심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정부가 특화단지로 지정하면 인프라 구축과 연구개발 지원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이차전지 산업은 수도권과 충청권을 중심으로 특화단지가 조성되고 있어, 광양시가 추가 지정될 가능성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철강산업을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명시 요청 - 철강산업이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될 경우,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R&D) 지원과 정책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철강산업이 반도체·배터리와 같은 첨단 산업으로 분류될 수 있을지는 논란이 될 수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 감면 및 세제 혜택 요청 - 철강·이차전지 기업들의 생산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기요금 감면 및 납부 기한 연장 등의 정책 지원을 건의했다. 하지만 정부가 특정 산업만을 위한 전기요금 인하 정책을 시행할 가능성은 낮아, 현실적인 실행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미 수출 감소 대응을 위한 정부 지원 요청 - 기업들의 대미 수출 감소를 보완하기 위한 금융 지원 및 관세 인상분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건의했다. 그러나 단순한 보조금 지급보다는, FTA 재협상 및 미국 내 생산거점 확대 지원 같은 보다 실질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철강·이차전지 산업의 현실적 위기와 광양시 대응의 한계
광양산단이 처한 가장 큰 위기는 미국의 관세 장벽 강화와 중국산 저가 제품의 유입 증가다. 미국이 철강·이차전지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광양산단의 주요 기업들은 대미 수출 경쟁력을 잃게 되고, 시장 점유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철강산업은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와 동시에 중국산 저가 제품이 한국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이중고를 겪을 위험이 있다.
이에 따라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치를 조속히 시행하고, 국내 철강업체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차전지 산업 역시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라 중국산 원자재가 포함된 배터리 제품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산 배터리와 배터리 소재 기업들도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광양시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다각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대안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광양시, 보다 현실적인 대응 전략 필요
광양시는 미국의 보호무역 장벽과 글로벌 산업 변화에 맞서 적극적인 대응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단순한 정부 지원 요청에 그칠 것이 아니라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대미 수출 감소에 대비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미국 내 생산거점을 확보하거나 FTA 재협상을 통해 철강·이차전지 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협상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중국산 저가 철강 제품에 대한 대응이 시급하다. 국내 철강업체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반덤핑 조치와 무역구제 조치를 신속히 추진해야 하며, 광양시가 이를 적극적으로 중앙정부에 건의해야 한다.
이차전지 산업의 경우, 해외 원자재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의 이차전지 기업들이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등 원자재 부국과 장기적인 공급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이 공동으로 협력해야 한다.
광양시는 철강·이차전지 산업 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현재의 전략은 정부 지원 요청에만 치우쳐 있고, 실질적인 실행 방안이 부족한 한계가 있다.
광양시가 트럼프 2기 관세정책으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고 지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보다 현실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광양시는 중앙정부, 기업들과 협력해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며, 단순한 요청이 아니라 실행 가능한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광양산단이 더욱 경쟁력 있는 산업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