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철강기업 포스코가 광양제철소 제2고로 개수(설비 교체) 공사를 추진하는 가운데, 이를 기후위기에 대한 기업의 책임 회피로 보고 반대하는 청소년들이 법적 대응에 나섰다. 

청소년 10명은 27일 포스코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며, 제2고로 개수 중지를 요구했다. 

27일 오전 11시 서울 삼성동 포스코센터 앞에서 열린 '광양 제2고로 개수 공사 중지 청구 소송' 기자회견에서 전국 각지서 올라온 청소년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기후솔루션)
27일 오전 11시 서울 삼성동 포스코센터 앞에서 열린 '광양 제2고로 개수 공사 중지 청구 소송' 기자회견에서 전국 각지서 올라온 청소년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기후솔루션)

이번 소송은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국가의 기후위기 대응 의무를 인정한 이후 처음으로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책임을 묻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청소년들, "기업의 환경 책임 촉구"…포스코, "안정적 철강 생산 필수"

소송을 제기한 원고들은 12~19세 청소년 10명으로, 이 중 대다수가 제철소 지역 출신이며, 두 명은 광양제철소 제2고로 인근에 거주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이번 소송을 통해 "포스코가 석탄 기반의 철강 생산 방식을 유지하는 것은 환경권과 생명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하며, 즉각적인 탄소 배출 저감을 요구했다.

이날 오전 서울 삼성동 포스코센터 앞에서는 기후솔루션, 광양환경운동연합, 포항환경운동연합이 기자회견을 열고 소송 제기 사실을 알렸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청소년 원고들은 한목소리로 "포스코는 탄소중립을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고로를 유지하며 미래세대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원고 중 한 명인 김정원(19, 포항 거주) 씨는 "어릴 때부터 포스코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를 보며 자랐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어른들은 '포스코 덕분에 지역이 먹고 산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며 "포스코는 지역과의 상생을 외치지만, 정작 환경을 파괴하며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4세 초등학생 이주원 군도 "작년에 포스코에서 지원하는 탄소중립 관련 교육을 받았는데, 기업이 환경을 생각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수명이 다한 고로를 연장하려는 걸 보고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포스코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단일 사업장 기준 국내 최대 수준이다. 2017~2019년 연평균 7880만 톤의 탄소를 배출하며, 이는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1%를 차지한다. 

이번에 개수되는 제2고로는 향후 15년 동안 최소 1억3702만 톤의 탄소를 배출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우리나라 국민 약 980만 명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청소년 원고들은 "포스코의 고로 개수는 사실상 새로운 석탄 기반 설비 구축과 다름없다"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와 기업의 탄소중립 목표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27일 오전 11시 서울 삼성동 포스코센터 앞에서 열린 '광양 제2고로 개수 공사 중지 청구 소송' 기자회견 중 소송에 참여한 한 청소년이 고소장에 이름을 적는 모습. (사진=기후솔루션)
27일 오전 11시 서울 삼성동 포스코센터 앞에서 열린 '광양 제2고로 개수 공사 중지 청구 소송' 기자회견 중 소송에 참여한 한 청소년이 고소장에 이름을 적는 모습. (사진=기후솔루션)

포스코, "고로 개수는 필수적 조치…장기적으로 수소환원제철 전환"

포스코는 청소년들의 소송 제기에 대해 "고로 개수는 철강 생산의 안정성과 안전한 조업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반박했다.

광양제철소 관계자는 28일 입장을 통해 "고로 개수는 조업 안전을 위한 대수리 활동으로, 노후화된 내화물과 소모성 자재를 교체하지 않으면 용융물 유출 등 대형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며 "안정적인 철강 생산과 공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포스코는 "철강 산업의 특성상 전기로만으로는 고품질 제품 생산이 어렵고,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아 현재로서는 고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수립했으며, 2030년까지 수소환원제철 상용 기술을 개발해 점진적으로 고로를 대체할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2030년까지는 고로와 전기로를 병행하면서 저탄소 브릿지 기술을 개발·활용할 방침"이라며 "연산 250만 톤 규모의 전기로를 2025년까지 준공하고, 원료 야드 밀폐화 등 환경설비 투자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청소년 원고 측은 "포스코가 탄소중립을 외치면서도 단기적인 경제 논리로 온실가스 배출을 늘리는 것은 모순"이라며 반박했다.

법적 공방, 기후위기 시대 기업의 책임 논의로 확대될까

이번 소송은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의무를 명시한 이후, 처음으로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책임을 묻는 사례다. 

원고 측 변호를 맡은 김홍균 변호사는 "고로 개수는 사실상 새로운 석탄 기반 설비 구축과 동일하며, 이는 미래세대의 환경권과 생명권을 침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영국 타타스틸이 기존 고로 2기를 폐쇄하고 전기로를 도입하는 등 해외 철강업체들이 '탈탄소 전환'에 적극 나서는 상황과 비교하면, 포스코의 대응이 시대적 흐름에 뒤처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포스코의 제2고로 개수 논란은 향후 법원의 판단에 따라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책임을 명확히 규정하는 중요한 사례가 될 전망이다. 

청소년들의 외침이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기업의 역할과 책임을 재정의하는 계기가 될지, 법원의 판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AI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