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 기업을 상대로 한 첫 기후소송의 의미
대한민국 최대 철강기업 포스코가 광양제철소 2고로 개수(설비 교체) 공사를 추진하는 가운데, 청소년들이 이를 강력히 반대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지난 2월 27일, 전국 각지에서 모인 10명의 청소년 원고가 포스코를 상대로 광양 제2고로 개수 중지를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이번 공사가 포스코의 탄소중립 선언과 배치되며, 기후위기를 악화시켜 미래세대의 환경권과 생명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번 소송은 국내 최초로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책임을 묻는 기후소송으로 기록되며, 법원의 판결이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 방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리는 기후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다" – 청소년들의 목소리
청소년 원고들은 이번 소송을 통해 포스코가 광양 제2고로 개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고로 개수는 노후된 설비의 수명을 15년 이상 연장하는 결정이며, 이는 막대한 탄소를 추가로 배출하여 기후위기를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기후소송을 지원하는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의 강혜빈 연구원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청소년들은 기후위기의 위험을 가장 직접적으로 맞닥뜨릴 세대이지만, 기업과 정부의 결정 과정에서 충분한 발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단순한 문제 제기가 아닌, 헌법이 보장하는 법적 권리를 행사하는 방식으로 포스코에 책임을 묻기로 결정했습니다."
청소년 원고 중 한 명인 최현준(18) 학생은 더욱 강한 목소리를 냈다.
"만약 이번 소송의 판결이 청소년의 권리와 미래를 고려하지 않고 결정된다면,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기후위기 책임을 회피하는 기업들로 인해 더욱 위험해질 것입니다."
"대화와 협의만으로는 부족했다" – 법적 대응이 불가피했던 이유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법적 대응을 선택한 이유는 기존의 대화나 정책적 접근만으로 기업의 변화를 끌어내기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포스코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실질적인 감축 노력 없이 기존의 석탄 기반 철강 생산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앤리 법률사무소 김홍균 변호사(원고 대리인, 환경법 전문가)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국가뿐 아니라 기업도 환경권을 존중할 책임이 있다"면서 "하지만 포스코는 여러 대안이 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고로를 유지하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로를 유지하면서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따라서 즉각 중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광양제철소 2고로 개수, 무엇이 문제인가?"
청소년 원고들은 광양제철소 2고로 개수 공사를 특정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유는 고로 방식이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는 주된 원인이며, 포스코가 이를 대체할 대안을 도입하지 않은 채 고로 운영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양 제2고로 개수가 완료되면, 향후 15년간 누적 탄소 배출량이 1억 3,702만 톤(137.02MtCO₂)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대한민국 국민 약 980만 명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따라서 고로 개수는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결정"이라는 게 원고 측의 주장이다.
기후솔루션은 "포스코가 전기로·수소환원제철 등 친환경 철강 기술을 도입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석탄 기반 철강 생산을 고수하고 있는 점"을 비판했다.
"기업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 이번 소송의 의미
기후솔루션은 "이번 소송이 단순히 포스코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법적으로 강화하는 선례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강혜빈 연구원은 "이번 소송을 통해 기업이 단순히 '탄소중립 선언'만 하는 것이 아니라"며 "실질적인 탄소 감축을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고자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소송은 정부의 기후 정책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유럽연합(EU)과 일본 등은 이미 '그린철강' 전환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기술 개발과 인프라 지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기후솔루션은 "이번 소송이 정부의 탈탄소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도록 압박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기업들이 선언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탄소 감축 정책을 시행하도록 법적 책임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청소년들의 기후소송, 앞으로의 전망
이번 소송은 국내 최초로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책임을 묻는 기후소송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법원의 판결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고”, “앞으로 더 많은 청소년과 시민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법적 권리를 주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소송이 미래세대를 위한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지, 법원의 판단에 귀추가 주목된다. [다음 기사는 포스코의 입장을 싣는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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