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가 '세계 최대 AI 슈퍼클러스터 허브' 조성을 선언하고 글로벌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이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미국 순방을 통해 15조 원 규모의 투자의향서를 체결하고,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들과 협력을 논의하며 전남이 글로벌 AI 산업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전력 인프라 구축 방안이 빠져 있어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영록 전라남도지사가 4일 도청 기자실에서 미국순방 기간 중 AI 슈퍼클러스터 허브 투자 유치와 글로벌 기업 및 기관과의 협력 등에 관한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영록 전라남도지사가 4일 도청 기자실에서 미국순방 기간 중 AI 슈퍼클러스터 허브 투자 유치와 글로벌 기업 및 기관과의 협력 등에 관한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AI 슈퍼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 현실적 대안 없는 계획

AI 슈퍼클러스터를 구축하려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할 수 있는 막대한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다. 

기존의 대형 AI 데이터센터는 일반적인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보다 10배 이상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

전남도가 조성하겠다는 3GW 규모의 AI 슈퍼클러스터는 대한민국의 원자력 발전소 3~4기 규모에 해당하는 전력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전남도는 이 전력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이는 AI 클러스터 구축 계획의 가장 큰 맹점이다.

이에 대해 전남도 에너지와 데이터 관련 부서 관계자는 "현재 한전과의 전력 공급 문제에 대해 논의 중이다"면서도 "구체적인 협약 계획 등은 아직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2022년, 2023년 한전 측의 전력공급 시차 계획에 의해 추가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까지만 답변했다. 

전력공급망 설비 등에 관해 한전 측과 '언제, 어떻게, 예산은 어떻게 마련하여 어디서부터 설비시설을 갖출 것인지' 등 구체적 결과가 없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전력망 확충 없이 AI 데이터센터 운영 가능할까?

전남의 주요 전력 공급원은 태양광과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다. 그러나 AI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요하며,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 

현재 전남에는 영광 '한빛 원자력 발전소'가 있지만 '한빛 원전' 공급은 어려우며, 기존 석탄·LNG 발전소만으로 3GW 전력을 추가로 공급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AI 슈퍼클러스터 발표에서는 가장 중요한 '전력공급'에 대해 한전과의 전력 협의 내용조차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 차원의 에너지 지원 계획도 보이지 않으며, 전남도 단독으로 추진할 경우 예산과 인프라 문제로 인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이유는 AI 클러스터를 추진하려면 한전과의 협의 및 국가 차원의 전력망 구축 지원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해남 솔라시도 조감도 (해남군)
해남 솔라시도 조감도 (해남군)

전력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희망 섞인 뇌피셜'

따라서 "가장 기본적인 전력망 공급 문제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알맹이가 빠진 이번 발표는 투자 유치와 글로벌 협력에 대한 선언적 의미만 있을 뿐, 현실적인 실행 계획이 부족하다. 

전력 문제 해결 없이 AI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것은 기반 없는 공중누각과 다름없다. 

현재 국내에서도 네이버, 카카오조차 AI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해 전력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남도가 3GW급 AI 슈퍼클러스터를 단기간 내 완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미국, 유럽 등 AI 슈퍼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국가들은 전력 인프라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기 전에 정부와 장기 전력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원자력 및 신재생에너지 혼합형 전력망을 구축한 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러나 전남도는 이와 같은 준비 과정 없이 프로젝트를 발표해 실제 실행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낳고 있다.

전력 공급 방안 없는 AI 클러스터, 실현 가능성을 높이려면?

따라서 AI 슈퍼클러스터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먼저 전력망 구축 방안을 명확히 해야 한다.

▲한전과의 협력 및 전력 공급 확약서 체결: 정부와 한전이 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보장해야 한다. 신규 송전망 구축을 위한 예산 지원 계획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기저부하 발전 병행 전략: 태양광, 풍력과 함께 LNG·원자력 발전을 조합한 전력망 구축이 필요하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스마트 그리드 기술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

▲단계적 슈퍼클러스터 조성: 초기 500M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충분한 전력 인프라 구축 후 대형 AI 클러스터로 확장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AI 슈퍼클러스터 실현 가능성, 전력 인프라 확보에 달렸다

현재 전남도의 AI 슈퍼클러스터 계획은 전력망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말뿐인 선언에 불과할 수도 있다. 

전남이 글로벌 AI 산업의 중심지가 되려면, 먼저 전력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전력 공급 계획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빅테크 기업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것은 실제 실행력 없는 홍보성 발표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결국 AI 슈퍼클러스터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전력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공개하고 정부, 한전과의 협력을 공식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초기에는 소규모(500MW) AI 데이터센터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이후 정부 지원을 받아 ▲대형 클러스터 확장 ▲국내외 AI 기업과의 실질적 협력 강화 ▲해외 빅테크 기업이 투자하려면 전력망 인프라 보장이 최우선 조건이 되어야 한다.

구체적인 전력 대책 없이 "투자 유치"만 강조하는 것은 실현 불가능할 사안으로 전락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전력인프라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이번 발표는 단순한 희망적 구상에 불과할 수도 있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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