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동부권의 경제 심장부로 불리는 여수국가산업단지(여천산단)와 광양제철소. 

하지만 이곳에서 배출되는 유해 물질이 지역 주민들의 건강과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화석연료나 식물이 불완전 연소할 때 생기는 검은색 그을음인 '블랙카본(Black carbon)'을 모아 놓은 모습. (사진=위키피디아)
화석연료나 식물이 불완전 연소할 때 생기는 검은색 그을음인 '블랙카본(Black carbon)'을 모아 놓은 모습. (사진=위키피디아)

미세먼지, 블랙카본, 이산화황(SO₂), 이산화질소(NO₂), 슬래그 등 다양한 오염물질이 배출되며, 호흡기 질환 증가, 환경 오염, 기후변화 가속화 등의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위협, 무엇이 문제인가?

여수산단과 광양제철소는 각각 석유화학·철강 산업의 중심지로, 대규모 연소·제련 공정을 통해 연간 수천만 톤의 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있다. 주요 배출물질과 그 위험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블랙카본(Black Carbon) – 미세먼지보다 더 치명적
▶ 배출원: 화석연료·석탄 연소, 용광로 가열 과정
▶ 인체 영향: 초미세먼지(PM2.5)보다 더 미세한 입자로 폐 깊숙이 침투해 폐 질환·심혈관 질환·암 유발
▶ 환경 영향: 태양열을 흡수해 지구온난화 촉진

미 해양대기청(NOAA)과 스크립스해양연구소 연구진이 하와이에서 측정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월 평균 농도를 그래프로 나타냈다. (그래프=미 해양대기청(NOAA))
미 해양대기청(NOAA)과 스크립스해양연구소 연구진이 하와이에서 측정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월 평균 농도를 그래프로 나타냈다. (그래프=미 해양대기청(NOAA))

② 이산화탄소(CO₂) – 기후변화의 주범
▶ 배출원: 철강 생산(고로), 석유화학 공정, 연료 연소
▶ 인체 영향: 고농도 노출 시 두통, 어지러움, 산소 부족 증상
▶ 환경 영향: 온실가스로 작용해 기온 상승, 해수면 상승 유발

③ 이산화황(SO₂) – '산성비'와 '호흡기 질환'의 원인
▶ 배출원: 석유·석탄 연소, 제철 공정
▶ 인체 영향: 기관지 염증, 천식, 만성 폐질환 악화
▶ 환경 영향: 대기 중 수분과 반응해 산성비 형성, 토양·하천 오염

국립환경과학원 환경위성센터 GEMS 위성을 활용해 수집한 시간대별 국내 이산화질소 농도 이미지 (출처=국립환경과학원)
국립환경과학원 환경위성센터 GEMS 위성을 활용해 수집한 시간대별 국내 이산화질소 농도 이미지 (출처=국립환경과학원)

④ 이산화질소(NO₂) – '침묵의 살인자'
▶ 배출원: 고온 연소(발전소·용광로·자동차 배기가스)
▶ 인체 영향: 강력한 폐 자극물질, 장기 노출 시 폐 기능 저하, 심혈관 질환 증가, 뇌졸중 유발
▶ 환경 영향: 미세먼지(PM2.5) 생성의 주원인, 대기오염 악화

지난 1월 21일 서울에 미세먼지가 가득 차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월 21일 서울에 미세먼지가 가득 차있다. (사진=뉴시스)

⑤ 미세먼지(PM2.5, PM10) – '침묵의 질병'
▶ 배출원: 제철소 연소공정, 석유화학 정제 과정
▶ 인체 영향: 천식, 폐렴, 심장병, 암 발병 위험 증가
▶ 환경 영향: 대기오염 심화, 농작물 피해

⑥ 온실가스(GHG) – '미래 세대의 부담'
▶ 배출원: 석유화학·제철 공정, 공장 가동
▶ 인체 영향: 간접적으로 폭염, 전염병 확산, 식량 위기 초래
▶ 환경 영향: 해양 산성화, 기후변화 가속화

⑦ 슬래그(Slag) – '중금속 오염의 위험'
▶ 배출원: 철광석 정련 과정에서 부산물로 발생
▶ 인체 영향: 슬래그 내 중금속이 유출될 경우 신경계 손상, 신장 기능 저하, 암 유발 가능성
▶ 환경 영향: 토양·수질 오염, 생태계 파괴

철강슬래그 구분 (사진=한국철강협회)
철강슬래그 구분 (사진=한국철강협회)

광양·여수, 대기오염이 초래한 건강 피해 심각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여수산단과 광양제철소의 유해물질 배출로 인해 지역 주민들의 건강 피해가 심각하다고 경고한다. 

연구에 따르면, 광양제철소 인근 지역의 천식·폐질환 발병률이 타 지역보다 최대 2배 이상 높다. 광양·여수 지역의 미세먼지·이산화황 배출량은 전국 평균을 크게 초과한다.

2021년 기준, 광양제철소 인근에서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수는 연간 약 300명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광양과 여수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 호흡기 질환·폐암·심혈관 질환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어린이와 노약자들의 피해가 심각하다.

해결책은 없는가?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탄소 포집·활용(CCUS) 기술 도입: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재활용하는 기술 확대
▲배출 규제 강화: 산업체의 오염물질 배출 허용량 제한 및 배출 감시 강화
▲친환경 에너지 도입: 수소 기반 제철공정(HyREX) 도입 추진
▲주민 건강 보호 대책: 대기질 모니터링 강화, 건강 피해 보상 및 지원

현재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을 통해 탄소중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여수산단 역시 CCUS 기술 도입을 통해 배출 저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다 강력한 법적 규제와 기업의 자발적 환경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순천 오천그린광장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시민들. (AI타임스DB)
순천 오천그린광장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시민들. (AI타임스DB)

'숨쉬기 좋은 지역' '더 늦기 전에 바뀌어야 한다'

여수산단과 광양제철소는 한국 경제의 중심지이지만, 동시에 지역 주민과 환경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산업단지다.

현재와 같은 오염물질 배출이 지속된다면, 미래 세대가 감당해야 할 환경 피해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기업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대기오염 저감 대책을 실천해야 하며, 주민 건강을 보호하는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광양·여수 주민들 역시 지속적인 관심과 감시를 통해 '숨쉬기 좋은 지역'을 만들기 위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변화해야 한다. 우리 모두의 건강과 미래를 위해서."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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