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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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중국용 저사양 인공지능(AI) 반도체인 ‘H20’의 대중 수출을 제한하기로 했다. 이 제품은 최근 규제가 철회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중국이 미국에 대한 보복성 관세를 부과한 데 따른 대응 조치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CNBC는 15일(현지시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를 인용, 엔비디아가 지난 9일 미국 정부로부터 H20 칩의 중국 수출에 라이선스 취득이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후 미 정부는 이 수출 규제가 “무기한 적용될 것”이라고 추가로 통지했다.

미국 정부는 H20 칩이 중국의 슈퍼컴퓨터 시스템에 사용되거나 군사용으로 전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안보를 이유로 최첨단 반도체 수출을 제한한 기존 정책의 연장선에서 H20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H20은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저사양 AI 반도체로, 기존의 규제를 피하면서도 높은 연산 성능을 제공하는 제품이다. 특히 지난 1월, 저비용 고성능 AI 모델로 주목받은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의 모델 학습에 사용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엔비디아는 이번 조치로 인해 중국 수출이 중단되며 재고 및 구매 계약 등과 관련된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회계연도 1분기에 약 55억달러(약 8조원)의 손실을 반영할 계획이다.

이번 결정으로 엔비디아는 상당히 당혹스러운 상황을 맞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저택에서 열린 만찬에 참석해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H20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가 철회됐다는 보도도 나왔지만, 미국 정부는 최종적으로 규제 시행을 강행했다.

엔비디아는 불과 하루 전에도 미국 내 AI 반도체 생산 설비 구축을 위해 향후 4년간 수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업계에서는 이 같은 투자 발표가 미국 정부의 규제 완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추가 통제를 피하지는 못했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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