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 '섬박람회 주제관' 활용 등 문화시설 리사이클링 전략 강조
전남 동부권 미술계 판도 변화 예고…문화 클러스터 중심으로 도약 시동
문화예술도시로의 도약을 준비 중인 여수시가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유치에 본격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역 국립미술관 분관 확대'를 주요 정책과제로 삼은 가운데, 여수시는 그 흐름에 발맞춰 전략적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여수시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현재 「국립미술관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가칭)」을 제정 중이며, 올해 안에 국립현대미술관의 일부 분관을 기존의 중앙기관 소속에서 '특수법인' 형태로 전환하는 새로운 운영 모델도 확정할 예정이다.
이러한 법 개정과 함께 문체부는 ▲경기북부 ▲강원 ▲호남 등 3개 권역을 대상으로 국립미술관 분관 건립 수요조사를 진행하고, 내년에는 각 권역별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도 추진할 계획이다.
분관 후보지 선정 시에는 ▲미술관 부지 확보 가능성 ▲지방정부의 운영비 분담 의지 ▲권역 내 거점도시로서의 기능 수행 여부 등의 요건이 종합적으로 평가될 예정이다.
이 기준을 감안할 때, 여수는 문화도시 기반과 해양관광자원, 그리고 섬박람회 기반시설 활용 가능성 등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섬박람회 주제관, 분관 공간으로 전환하자" 예술계 제안
지난 4월, 한국미술협회 여수지부는 정기명 여수시장과의 면담을 통해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유치를 공식 건의했다.
이 자리에서 "2026여수세계섬박람회 주제관을 유휴공간으로 전환해 미술관 분관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제안도 함께 나왔다.
이는 단순한 공간 활용을 넘어 정부의 문화정책 기조인 '유휴공간 리사이클링'과 도시재생 전략에 부합하며, 여수시의 문화 인프라를 전국적으로 차별화할 수 있는 기회로 평가된다.
여수시 역시 이러한 제안을 바탕으로 자체 유치 전략을 수립 중이다. 시 관계자는 "여수가 가진 해양도시 정체성과 풍부한 문화콘텐츠를 살려 중앙정부의 방향성과 조화를 이루는 전략적 접근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유치 시 기대효과는?
첫째, 전남 동부권 미술계에 새로운 '심장'이 가능하다. 현재 전남 유일의 도립미술관은 광양시에 위치한 전남도립미술관이다. 그러나 접근성과 지역별 인프라 측면에서 광양은 전남 동부권 전체를 포괄하기엔 다소 한계가 있다.
여수에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이 유치된다면 광양의 도립미술관과 상호보완적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동부권 전체의 미술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순천·광양·여수로 이어지는 '동부권 문화 클러스터' 형성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높다.
둘째, 민간 예술계와 공공문화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여수에는 이미 복합문화예술시설 'GS 예울마루'가 지역 문화거점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민간 주도의 문화시설은 공공성과 장기적 안정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은 예울마루와 상호보완 구조로 작동하며, 지역 예술계의 창작 공간과 전시 기회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 나아가 서울, 청주, 과천, 덕수궁을 잇는 국립현대미술관 네트워크의 전국 확장 거점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여수시의 유치 전략은?
여수시는 향후 중앙정부의 수요조사에 맞춰 ▲섬박람회장 유휴시설을 활용한 친환경 미술관 모델 제안 ▲도시재생 연계형 문화시설 유치 논리 구체화 ▲여수의 문화정체성과 예술사 흐름을 담은 유치 타당성 자료 구축 등을 준비중이다.
정기명 여수시장은 "국립미술관 분관 유치는 여수가 문화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라며 "지역 예술계와의 소통, 정부 정책과의 연계를 바탕으로 유치 기반을 착실히 다져가겠다"고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의 유치는 단순한 공간 확보 차원이 아니다. 그것은 '문화도시 여수'라는 브랜드를 전국에 각인시키고, 민간 중심의 문화활동을 공공성과 공정성의 틀 안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더불어 전남도립미술관(광양)과의 역할 분담, 예울마루와의 기능 연계, 섬박람회장 유휴자원의 활용 등은 여수가 가진 문화적 다양성과 실현 가능성을 입증하는 지점이다.
향후 중앙정부가 수요조사와 연구용역을 본격화할 때, 여수는 단순한 '후보 도시'가 아니라 ‘문화 기획 도시’로서의 능력을 입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제 남은 과제는 여수만의 예술적 정체성을 녹여낸 설득력 있는 유치 전략과, 문화도시를 넘어 국가문화 거점도시로의 비전을 설계하는 일이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