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류형 도시와 고령친화 도시, 인구감소 시대의 공간 전략
"사는 사람보다 머무는 사람이 중요하다"

인구가 줄어드는 도시에서 사람을 붙잡는 힘은 무엇일까. 정주인구의 감소를 넘어서, 잠시 머무는 이마저 발걸음을 돌린다면 도시는 더욱 빠르게 쇠락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많은 중소도시는 이 질문 앞에 서 있다.

순천국가정원 오천그린광장 (AI타임스DB)
순천국가정원 오천그린광장 (AI타임스DB)

답은 명확하다. 사람을 '머무르게 하는 것'. 단순히 인구를 유입하는 것이 아니라, 머물고 싶은 도시를 설계하는 것. 이때 문화와 공간, 그리고 도시 설계는 강력한 해법이 된다.

경기도 가평군은 최근 '체류형 도시' 전략의 대표 주자로 떠올랐다. 2024년 1월부터 9월까지 765만 명에 이르는 체류 인구를 기록하면서 전국 군 단위 지역 중 1위를 차지했다. 놀라운 수치다.

이 수치의 배경에는 '머무는 사람'을 중심에 둔 정책과 공간 설계가 있었다. 대규모 음악 페스티벌, 캠핑장 인프라,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체험형 관광 콘텐츠는 도시의 매력을 높였다. 

사람들은 이곳에 '살기 위해'가 아니라 '경험하기 위해' 찾아왔다. 그리고 그 경험이 도시의 생명력을 살렸다.

체류형 도시 전략은 관광지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순천은 정원과 음악, 예술을 융합한 복합문화도시로 진화 중이다. 

순천만국가정원, 동천야경, 문화의 거리 등은 '잠시 들러보는 도시'를 '하룻밤 머무는 도시'로, 나아가 '다시 찾는 도시'로 바꾸고 있다.

한편, 목포는 근대문화유산과 해양콘텐츠를 접목한 도시 재생을 통해 체류 유도를 시도하고 있다. 유달산, 해상케이블카, 문화예술의전당 등 근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공간은 머물 이유를 만들어낸다.

일본 다카마츠시도 주목할 만하다. 인근 가가와현과 함께 예술섬 프로젝트(세토우치 국제예술제)를 통해 쇠퇴하던 섬 마을을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탈바꿈시켰다. 

예술은 곧 체류의 이유가 되었고, 그 체류는 다시 사람과 자본을 불러오는 선순환을 만들었다.

목포 해상케이블카 (사진=목포시)
목포 해상케이블카 (사진=목포시)

"사람을 위한 도시 디자인이 도시를 살린다"
체류형 도시 + 고령친화 도시 = 인구감소 시대의 해법

도시를 구성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설계'다. 특히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한국 사회에서, 고령친화 도시 전략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인구 5만 명 안팎의 소도시들 가운데, 일본과 독일 등은 '콤팩트시티' 개념을 통해 도시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고 있다. 

학교, 보건소, 복지관, 문화센터 등 생활 필수 거점을 하나의 '콤팩트 타운' 안에 통합 배치해, 도보 10분 거리 안에서 모든 일상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공간 전략은 고령자뿐 아니라 어린이와 장애인, 청년 세대에게도 유효하다. 걷기 좋은 도시, 쉬기 좋은 공간, 이용이 편리한 공공서비스는 누구에게나 '머물고 싶은 도시'를 만든다.

전통 도심의 공동화 현상도 공간 재설계를 통해 반전이 가능하다. 빈 점포를 리모델링해 청년 창업공간, 공유 돌봄센터, 마을카페 등으로 재탄생시키는 방식은 단순한 도시 미관 개선을 넘어서, 도심 기능의 회복으로 이어진다.

전남 지역의 일부 도시들 또한 고령친화 도시로의 전환을 준비 중이다. AI 기반 건강관리 시스템, 지역 보건소 연계 플랫폼, 돌봄공동체 운영 등이 함께 구축되면, 도시는 단순한 거주공간이 아닌 '돌봄의 네트워크'가 된다.

결국 체류형 도시 전략과 고령친화 도시 전략은 같은 질문에 대한 두 가지 답이다. "사람을 어떻게 이 도시에 머물게 할 것인가?"

문화는 도시의 '매력'을 만들고, 설계는 도시의 '구조'를 바꾼다. 이 두 요소가 조화를 이루면, 도시는 다시 살아난다. 사람이 모이고, 머무르고, 다시 돌아오는 도시. 인구감소 시대에 우리가 지향해야 할 도시의 미래상이다.

머물고 싶은 도시를 설계하는 것은 도시의 철학이지만, 그 도시를 지속가능하게 유지하는 것은 실행력의 몫이다. 이제, AI는 도시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이른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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