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전라남도 여수에서 세계 최초로 ‘섬’을 주제로 한 국제행사가 열린다. 이름하여 2026여수세계섬박람회.
이제 개막까지 500일. '섬에서 미래를 열다'는 대담한 비전을 내건 이 박람회는 단순한 관광 이벤트를 넘어, 기후위기와 고령화, 지역소멸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대한 해법을 섬이라는 공간에서 찾겠다는 시도를 담고 있다.
여수시는 이미 2012여수엑스포를 통해 '바다'를 이야기한 바 있다. 14년이 지난 지금, 이번에는 '섬'이라는 주제를 통해 다시 한 번 세계와 소통하려 한다.
박람회장을 중심으로 한 공간 구성, 실제 섬에서의 체험 프로그램, AI 기술을 활용한 첨단 홍보 전략까지. 그 전모를 들여다보면 여수발 미래형 국제행사의 가능성이 보다 또렷해진다.
여수 돌산 진모지구, '섬의 미래'를 전시하다
2026섬박람회의 주 행사장은 여수 돌산 진모지구다. 약 18만 평방미터(5만 5천 평) 규모의 이곳은 지난 3월 평탄화 공사가 완료되어 이제 본격적인 전시관 조성이 시작된다.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주제관'이다. 이곳에서는 첨단 미디어아트와 LED 기술을 활용해 '섬, 바다, 그리고 미래'를 시각적으로 구현할 예정이다.
전시관을 찾는 관람객들은 평면적 정보가 아니라, 몰입형 콘텐츠 속에서 섬이 지닌 생태적·문화적 가치를 체험하게 된다.
주제관 외에도 ▲해양생태관 ▲미래관 ▲공동관 ▲문화관 ▲마켓관 ▲놀이터와 음식공간 등이 함께 조성되며, 단순한 박람회 관람을 넘어서 ‘섬의 생존 가능성과 지속 가능성’을 이해하는 구조로 설계된다.
특히 이머시브(Immersive) 미디어터널은 박람회장의 상징이 될 핵심 콘텐츠로, 관람객이 섬의 생태와 미래를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연출될 계획이다.
'섬의 삶'을 직접 체험하는 현장 프로그램들
박람회는 진모지구뿐만 아니라 여수의 실제 섬들에서도 진행된다. 개도, 금오도, 엑스포장 등 부행사장에서는 섬이라는 공간 자체가 무대가 된다. 관람객은 단지 눈으로 보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섬을 직접 걷고 자고 체험하게 된다.
예컨대 금오도 비렁길을 따라 트레킹하며 해안 절벽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섬 캠핑을 통해 밤하늘의 별을 마주할 수 있다.
연안 크루즈를 타고 섬을 도는 경험, 섬 전설을 바탕으로 한 공연, 아트 포토존 체험 등은 관람객에게 섬을 '기억에 남는 공간'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시도는 UAM(도심항공모빌리티)과 위그선 시연이다. 이들은 섬 접근성에 대한 미래형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먼 섬을 찾기 어려운 기존 교통 문제를 넘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섬에 접근할 수 있는지를 직접 보여주는 사례가 될 전망이다.
AI가 연결하는 세계, 디지털로 확장하는 섬박람회
2026여수세계섬박람회가 단순한 '전통적인 국제행사'를 넘어 미래형 박람회가 되기 위해서는, AI 기반의 홍보 전략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까지 조직위는 주한 외교사절을 초청한 팸투어와 해외 설명회를 통해 참가국 유치에 나서왔다. 하지만 팸투어는 일회성이다. 행사를 알리는 데 그치고 실질적인 참가국 유치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홍보 효과는 오래가지 않는다.
그래서 필요해진 것이 바로 '디지털 기반 홍보'다. 전통적인 공문이나 홍보자료 발송이 아니라, AI 기술을 활용해 각국의 SNS, 검색어, 뉴스 키워드 등을 분석하고, 그 나라 국민들이 박람회에 관심을 가질 만한 타이밍과 포인트를 정확히 겨냥해 홍보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홍보 콘텐츠는 자동 번역되어, 대상 국가별 언어로 전달된다. 또한, 현지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맞춤형 홍보영상은 현지인의 신뢰를 높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팸투어 한 번보다, 현지 인플루언서 영상 한 편이 더 강력할 수 있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현장에서 편하게, AI 챗봇으로 행사 전반을 안내받는다
박람회 기간 동안 수많은 프로그램과 장소, 시간표, 교통편 등을 실시간으로 안내받기 위한 통합 안내 시스템도 계획 중이다. AI 기술을 활용한 챗봇 '섬봇(SUMBOT)'이 대표적이다.
섬봇은 국내외 관람객들에게 행사 일정, 전시장 정보, 교통 수단, 숙박 시설 등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며, 다국어 번역도 지원한다. 이로써 외국인도 불편 없이 박람회를 즐길 수 있다.
AI 챗봇은 향후 챗GPT와 같은 고도화된 상담 시스템과도 연계되어, 관람객의 질문에 맞춤형으로 답변하는 '스마트 도우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단순 '국가 초청'이 아닌, '국제 섬 연대'로 나아가야
한편, 참가국 유치 방식에 있어서도 새로운 방향이 제기되고 있다. 단순히 외교 채널을 통해 참가국을 초청하는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실제 섬을 보유한 국가들 간의 공동포럼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국제적인 섬 정책 교류와 해양생태 전략을 공유하는 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제안이다.
여수시는 필리핀 세부, 베트남 하롱시, 중국 웨이하이 등과 이미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만큼, 해당 도시의 섬 주민, 공무원, 청년들과의 교류 프로그램을 실질적으로 확대할 수도 있다.
청소년 간 교류 캠프, 생태 정책 워크숍, 온라인 수업 등은 섬박람회를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국제 교류 플랫폼으로 진화시키는 열쇠가 된다.
문제는 '접근성과 예산'
여전히 박람회의 가장 큰 걸림돌은 접근성과 예산이다. 현재 여수시는 국토부에 국제선 부정기 운항 허가를, 철도청에는 KTX 증편을 요청하고 있다. 이는 박람회 관람객 유입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또 하나의 현실적 제약은 예산이다. 현재 확보된 예산은 약 676억 원. 2012 여수엑스포가 약 2조 1천억 원의 예산으로 운영된 것을 고려할 때, 박람회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의 추가 지원과 함께 특별법 제정 등도 향후 논의돼야 할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6여수세계섬박람회는 단순히 관광객을 모으는 행사가 아니다. 그것은 섬이라는 공간이 가진 생태적 가치를 되새기고, 기후위기 시대 인류가 어떤 방식으로 공존할 것인지에 대한 하나의 메시지를 예술과 기술, 체험을 통해 전달하는 시도다.
지금 중요한 것은 홍보나 외형이 아니라 내용과 구조, 그리고 연결과 연대다.
여수시와 조직위가 AI 기술, 국제 교류, 첨단 콘텐츠, 지역의 고유한 섬 문화라는 네 가지 축을 균형 있게 갖추어 나간다면, 이 박람회는 여수에서 출발해 세계로 확장되는 새로운 미래형 박람회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
이제, 섬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세계를 향해 나아가야 할 시간이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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