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자화자찬 급급…갈등관리 평가 누락은 치명적"
교육부가 발표한 2024년 자체평가 결과보고서에서 '지자체 주도의 대학지원 패러다임 전환(RISE)' 과제가 최고등급인 1등급을 받은 가운데, 해당 과제가 포함하고 있는 전남권 국립의대 신설 및 국립대학 통합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의 비판적 시각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정책 전문가들은 "이번 평가가 정부의 정책 방향을 뒷받침하는 '성과 홍보물'에 가까우며, 실제 지역 갈등과 체감도는 외면한 채 진행된 점에서 심각한 한계가 있다"고 질타했다.
한국교육정책연구소 한 연구위원(교육행정)은 "교육부의 보고서는 '성과 목표 달성도'에 집중되어 있다"며 "정작 전남권 국립의대 신설 논의에서 발생한 지역 간 갈등이나 정책수혜자의 체감도, 의견 수렴의 질적 수준은 평가 항목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국립대학 간 통합 논의는 단순히 구조 개편이 아니라, 지역 정체성과 고등교육 주권이 걸린 문제"라며 "안동대-경북도립대 통합을 예로 들며 성과로 기술한 것은 지나치게 단편적 시각"이라고 꼬집었다.
"RISE 체계, 지방에 책임 떠넘기기인가?"
또 다른 연구위원(지역대학 정책)은 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사업 자체에 대해 "정책의 취지는 좋으나, 그 실행이 실제로는 '중앙은 방향만 정하고 실행은 지방이 알아서 하라'는 식의 구조로 흘러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RISE 센터 지정이나 글로컬대학 선정을 두고 자치단체 간 경쟁이 심화되고, 각 대학은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기 위해 지속가능성보다 단기 실적에 치우치는 구조에 놓이고 있다"며 "이런 조건에서 의대 신설마저 통합 조건으로 엮은 것은 정책적 무리수"라고 진단했다.
특히 보건정책 관계자들은 "국립대병원 임상교육훈련센터 지원"과 "의학교육 투자계획 발표"에 대해 "시설 투자와 계획 발표만으로 '의료인력 양성'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전남은 아직 국립의과대학이 없는 유일한 광역단체"라며 "그 특수성과 공백에 대한 분석 없이 단순히 예산 규모와 발표 시점만으로 평가가 이뤄진 것은 실질적 교육·의료 성과와는 거리가 있다"고 꼬집었다.
"평가 자체가 정부의 입장 정당화 수단 되면 안 돼"
다수의 전문가들은 보고서 전반에 대해 "성과지표 달성률이 99.3%에 이른다는 점부터 현실과 괴리가 있다"며 "정부가 원하는 계획에 맞춰 성과를 기술하고, 문제가 되는 항목은 분석보다 단순 나열로 처리한 구조"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책 수혜자 중심, 지역 갈등 조정 노력, 정책 집행의 민주성 등 본래 정책평가가 갖춰야 할 요소가 약화되었고, 전체 보고서는 '국정과제 정당화 보고서'에 가깝다"며, "이대로는 정책 실패를 방지할 수 있는 성찰 도구로서의 평가는 기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교육부 자체평가가 성과 나열식 보고서에 머물렀으며, 특히 전남권의 국립의대 신설 논의나 대학 구조 개편처럼 사회적 갈등 요소가 강한 과제에 대해서는 형식적 지표와 정량 평가만으로 성과를 규정한 것이 큰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정책의 본질은 숫자로 환산되는 실적이 아니라, 정책이 지역사회에 미친 영향과 수혜자의 신뢰, 정책의 지속가능성이다. 교육부가 진정한 성과관리를 원한다면, 정치적 수사보다 현장의 목소리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냉철한 성찰이 먼저다.
국민들에게 교육 정책의 실질적 효과와 공정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여주기식 성과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민의 삶에 실제로 닿은 정책 변화다. 성과의 '숫자'가 아니라, 신뢰와 체감의 '질'을 평가하는 정책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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