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구체적 정책도, 실행계획도 없이 신뢰 잃는 중
제53회 보건의 날을 맞아 9일 포스코 광양백운아트홀에서 열린 전라남도 기념행사는 '의료격차 없는 건강한 전남'이라는 장밋빛 구호를 내걸고 1천여 명의 보건의료인과 함께 진행됐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나온 다짐과 수상, 퍼포먼스들에 비해 정작 도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의료격차 해소 방안이나 실천가능한 정책 비전은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남은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유일하게 국립 의과대학이 없는 지역임은 도민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인구 고령화율은 전국 최고 수준이며, 의료인프라의 수도권 편중으로 인한 지역 의료 공백과 만성질환 증가, 감염병 대응 한계 등 다중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이날 기념식에서 "의료격차 해소와 국립의대 설립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정책 로드맵, 실행계획, 예산 확보 전략, 인재 정착을 위한 제도적 장치 등은 제시되지 않았다.
카드 섹션 퍼포먼스로 대신한 의대 설립 염원은 도민들에게 오히려 구호만 반복되는 현실을 상기시킬 뿐이었다.
도민 A씨는 "구호로는 더 이상 위로가 되지 않는다. 의대 설립은 당연히 추진해야 할 사안이지만, 그렇다고 수년째 같은 말만 반복하며 퍼포먼스만 벌이는 건 도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계에 종사하는 또 다른 관계자는 "고령층이 많은 농어촌 지역은 응급환자 이송 시간만 1~2시간이 넘는다. 일선에서 체감하는 의료 공백은 심각하지만, 정책은 늘 추상적"이라며 현실적 대안을 촉구했다.
구체적 행동 없는 선언…도민 신뢰는 점점 멀어진다
'도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전남도의 선언 역시, 실현 가능성과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 실천 방안이 수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행사에 참석한 도민들은 "의료격차 해소 차원의 국립의대 설립 추진이 지난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도민들이 다 알고 있는 것 아니냐"며 "도지사가 한 것이 도대체 무엇이냐"고 되물으며 비판했다.
특히 "국립의대 신설에 대해 설립 시기, 입지 선정, 의료인력 양성 계획, 지역 병원과의 연계 모델 등 단계별 계획을 수립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당연하나 아무것도 이뤄진 게 없지 않느냐"고 따지듯이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농어촌 보건소 중심의 지역건강 거점화를 위해 공공보건소에 ICT 기반 원격진료 인프라를 구축하고, 간호·방문진료 시스템을 강화해 실질적인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성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도 단위 의료사각지대 실태조사 및 연례 보고제를 도입하여, 도민이 체감하는 의료 접근성과 서비스 불균형에 대한 연례 실태조사를 통해 정책의 방향을 근거 기반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보건의료인력 유입 위한 장기 정착 인센티브 제도화로 지역의대 졸업생이 지역 병원에 일정 기간 근무할 수 있도록 채용 연계형 장학제도 및 임금 지원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한편에선 "도내 원거리 지역 주민들을 위한 AI기반 진단 보조 시스템, 이동형 건강검진 서비스 도입 등 기술적 해법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보건의 날 행사가 형식적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이제는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공허한 선언과 이벤트는 신뢰를 갉아먹을 뿐이다.
"진짜 변화는 카드 섹션이 아니라, 지역 어르신들의 혈압을 안정시켜주는 가까운 병원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날선 질타를 한 지역 한 도민의 지적이 예사롭지 않게 들렸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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