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록 지사-여수 산별노조 간담회, 실질적 대응책은 여전히 '부재'
여수 석유화학산업 위기를 둘러싼 대응 논의가 또다시 회의실 안에서 맴돌고 있다.
17일 전라남도 김영록 도지사와 여수산단 산별노조 공동대책위원회가 간담회를 열고 위기 대응 협력 방안을 논의했지만, 정작 산업 현장의 불안과 고용 붕괴에 대한 실질적 해법은 또 한 번 빠졌다.
전남도가 이 자리에서 밝힌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및 '고용위기지역' 신청 방침은 이미 지난 수개월간 반복돼온 방안이며, 노동계가 요구한 '여수석유화학산업 위기대응협의체' 구성 역시 공론화 수준에 머물렀다.
지역 노동계는 이날 간담회에서 정부·지자체 주도의 실질적 위기대응체계, 노동자 생존권 보장책, 투자계획 투명 공개 등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요구했다.
하지만 도지사의 답변은 "상공회의소와 협의를 거쳐 검토하겠다"는 수준에 머물러, 실질적 해법 마련을 기대했던 현장 관계자들의 실망을 자아냈다.
전문가들과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회의는 반복되지만 산단현장의 구조적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대책 회의'라는 명목의 정치적 퍼포먼스만 계속되는 상황을 강하게 질타했다.
특히 고용 불안, 노후 설비, 안전사고 반복, 탄소배출 규제 위기 등 산단을 둘러싼 구조적 리스크에 대한 근본 해법은 매번 빠진 채, 보도자료성 이벤트만 반복된다는 지적이 크다.
다른 산단은 혁신, 여수산단은 정체…전남도정, 대체 뭘 하고 있는가?
같은 기간 타 지역은 위기 극복을 위한 혁신적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울산 창원 등은 ‘문화산단’ 지정과 첨단소재 클러스터 유치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반면 여수산단은 여전히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탄소배출 규제로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고탄소 공정이 다수를 차지하는 구조에도 불구하고 획기적인 전환 전략조차 없다.
지역 산단 전문가들은 "국가산업기반의 대전환 속에서 여수산단은 완전히 고립된 채 구시대적 대응 방식에 매몰돼 있다"고 평가하며, "도지사가 회의에만 참석하고, 정작 도정은 아무런 실행력을 보이지 못하는 구조가 문제"라고 강조한다.
이날 발표된 간담회 관련 보도자료는 수많은 지역 언론에 동일한 형태로 배포되었다.
그러나 이는 실질적 행동보다 '정치적 대응'에 초점이 맞춰진 행보라는 점에서 도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위기를 가볍게 소비하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지역 노동계와 시민사회 일각은 "여수산단 위기는 회의와 성명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꼬집으며, "탄소중립 전환, 고용안정 전략, 안전인프라 확충 등 실질적 예산과 법제화가 필요한 문제다"고 질타했다.
도정은 지금처럼 '촉구'하고 '회의'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김영록 지사의 “지속적인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발언은 이미 수차례 반복된 말이다. 소통은 시작일 뿐, 결과로 말해야 할 시점이다.
이제는 회의가 아니라 실행이, 촉구가 아니라 설계가 필요한 때다. 여수산단의 위기는 도정의 리더십 위기이기도 하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