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치 공백 속 지자체 주도형 의료체계 구축
지역병원 중심 협업·재정방안까지 구체화
전남 순천시가 국립의과대학 신설 논의가 정치적 불확실성에 빠진 가운데, 지방정부 차원의 자생적 필수의료체계 구축에 나섰다.
시는 16일 순천시보건소 보건의료상황실에서 '순천진료권 필수의료 공급체계 구축 방안 연구용역'의 중간보고회를 열고, 현재 진행 중인 의료체계 설계의 밑그림을 공개했다.
이번 용역은 중앙정부 주도의 의료정책 의존을 벗어나, 지역 내 필수의료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독립적 대응모델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윤석열 대통령 파면 이후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남권 국립의과대학 신설이 표류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방 주도 의료공급 체계의 의미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 보고회에서 책임연구원인 건국대 의과대학 이건세 교수는 필수의료 제공 현황과 지역 간 의료 유출입 양상을 분석한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지역심뇌혈관질환센터인 성가롤로병원의 급성 심근경색 치료 환자 지역 분포가 순천 36.8%, 여수 17.5%, 광양 17.7%, 고흥 11.2%로 나타났다.
때문에 "순천이 중심 축이 되되 인접 시군의 의료 협력과 공동재정 분담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또한 'Health Mapping'(의료 유입·유출 지도화) 분석을 통해, 환자들이 타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주요 요인과 순천의 필수의료 수요를 보다 정밀하게 파악하는 과정도 포함됐다.
이날 보고회에 이어 진행된 보건소 직원 대상 워크숍은 실무자 역량을 끌어올리고, 정책 이해도를 높이는 교육의 장으로도 기능했다.
순천시는 단순한 보고에 그치지 않고, 사업이 현실에 안착할 수 있도록 공공보건 담당자의 역량 강화를 병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중앙정치 의존' 아닌 '지방 자율모델'로
순천시는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순천권 필수의료체계 모형을 완성하고, 오는 7월까지 재정 조달방안과 병원 간 협력구조를 포함한 정책 제안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는 국립의과대학 부재라는 현실 속에서 '지방이 의료의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실험이자 선언이다.
특히 순천은 성가롤로병원, 순천의료원, 지역 의원 등 다양한 병원 기반을 토대로 자체 의료 인프라와 인력 순환체계 구축 가능성을 갖춘 도시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지자체 주도형 필수의료체계 구축이 향후 중앙정부의 정책 전환 시, 순천이 '가장 준비된 도시'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중앙정부의 결정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시민의 생명을 책임질 수 있는 필수의료체계는 우리가 먼저 만들어야 한다"며 "실무자와 병원, 전문가가 협력해 실현 가능한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의료계에도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된다. 단순한 협조자가 아니라, 지역 필수의료의 공동설계자로서 역할을 확대할 때, 이번 실험은 지방 의료자립의 성공사례로 자리잡을 수 있다.
국립의과대학 없이 시작된 순천의 '의료자립 실험'이, 정치 혼란과 중앙행정의 한계를 넘는 지역혁신형 보건 모델로 관심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성공적인 안착 여부는 시민의 삶을 바꾸는 동시에, 대한민국 의료정책의 새로운 방향타가 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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