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록 지사가 지난해 국립의대 신설 방안을 공모로 추진하면서 용역을 의뢰하여 전남도의 용역을 의뢰받은 회사가 내 놓은 의대유치 방안 설명회 자료. (AI타임스DB)
김영록 지사가 지난해 국립의대 신설 방안을 공모로 추진하면서 용역을 의뢰하여 전남도의 용역을 의뢰받은 회사가 내 놓은 의대유치 방안 설명회 자료. (AI타임스DB)

전남 국립의대 신설을 둘러싼 논의가 또다시 '공허한 촉구'에 머물렀다. 

정부의 2026학년도 의대정원 동결 결정 이후, 김영록 전라남도지사는 17일 입장문을 통해 "전남 국립의대를 2027학년도엔 반드시 개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구체적인 실행전략은 없었고, 지역사회는 또다시 분열의 그림자에 놓이게 됐다.

전남 지역사회 지도층과 의료·교육 현장의 책임 있는 인사들은 "지역갈등을 초래한 책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한목소리로 김영록 지사를 겨냥했다. 

이들은 "김 지사는 지난 1년간 '의대 단독공모 방식'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순천과 목포, 동서 전남을 이분화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지역 간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야 할 도지사가 오히려 경쟁과 대립을 조장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교육 현장은 깊은 피로감을 호소했고, 지역사회는 공론장에서 배제됐다"며 "그 결과, 정부의 의대정원 동결이라는 허탈한 결과를 맞게 되었다"고 질타했다.

국립의대 설립은 헌법상 보장된 건강권 실현의 문제이며, 동시에 의료인력의 국가적 배치 전략과 직결된 과제다. 

이를 단순히 '도지사의 요구'나 '정부 약속이행'이라는 정치적 프레임으로 환원시키는 것은 도정의 한계를 스스로 드러내는 일이며, 전남 도민을 안이하게 대하는 처사이다.

의대 유치는 정치력과 행정력, 그리고 도민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일이다. 

정작 필요한 것은 전국적인 공감대 형성과 의학계, 교육계,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사회적 논의 구조의 설계이며, 지금의 도정이 그런 설득과 소통을 충분히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과 없는 도정, 신뢰 없는 미래

전남의 의대 신설 요구는 하루아침에 제기된 것이 아니다. 수십 년 동안 의료격차에 시달려온 전남 도민들은 중증환자 이송의 불편, 외상환자의 골든타임 손실, 원정진료의 반복 속에서도 묵묵히 기다려왔다.

그러나 지금 도정은 이 모든 고통의 배경 앞에 진지한 성찰이나 사과 없이, '정부가 약속했으니 추진하겠다'는 되풀이되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책임 있는 공직자의 태도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무적 진정성과 공감능력의 부재를 깊이 우려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가 아닌 통합 리더십

전남의 국립의대 유치는 특정 지역이나 특정 대학의 몫이 아니라, 전남 도민 모두의 생명권과 연결된 공동과제이다. 

지금 시급히 필요한 것은 그동안 잘못 짜인 방향을 재조정하고, 도민과 대학, 병원, 시민단체,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통합 논의 테이블을 조속히 마련하는 것이다. 갈등을 봉합하지 않고서는 어떤 의대도 설립될 수 없다.

도민들은 "도지사가 진정 도민의 생명을 위한다면, 지금이라도 정치적 유불리나 지역 패권적 계산을 벗어나 전남의 미래를 위한 구조적 전환에 나서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한다.

전남 국립의대는 정치가의 구호로 설 수 없다. 그것은 도민과 함께 설계하고, 사회 전체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과 정당성 위에서만 비로소 가능하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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