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89곳 '소멸 위험' 경고등…사람이 떠난 자리에 남은 것은 '빈집과 침묵'
2025년 현재, 대한민국은 '인구 감소'가 아닌 '인구 절벽'이라는 단어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2024년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89곳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다.
그중 전라남도만 16곳이 해당되며, 전북(14곳), 경북(15곳), 강원(12곳) 등 비수도권 전역이 구조적인 인구소멸 위기를 맞고 있다.
인구감소지역은 단지 '사람이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다. 인구가 줄면 학교는 폐교되고, 의료기관은 철수하며, 마을은 공동화된다.
실제로 전남 해남의 한 면은 2012년 초등학교가 폐교된 후 학생 수가 0명이 되었고, 그 인근 마을도 주민 평균 연령 72세라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이후 대한민국 인구는 지속 감소 중이며, 2024년 8월 말 기준 총 인구는 51,801,449명이다. 남자: 25,861,116 명, 여자: 25,940,333 명, 세대수: 21,825,601 세대다.
특히 청년층(20~39세) 유출은 가속화되고 있다. 2023년 한 해 동안 수도권으로 이동한 20~30대 인구는 무려 18만 명에 달하며, 전남·경북·강원 등은 지속 순유출 상태다.
전남의 고령화율은 30%를 넘겨 이미 세계 최상위권에 속하고, 농촌 지역은 노인인구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 지역도 속출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고령화가 아닌, "청년은 없고, 노인만 남은 사회"라는 고착화된 인구 구조의 붕괴 신호다.
사람 없는 도시는 어떻게 무너지는가?
먼저 학교가 사라지면서 지역 공동체가 해체되는 수순으로 치닫고 있다. 전국적으로 폐교 수는 이미 누적 4,000개교를 넘겼으며, 전남의 경우 2023년 한 해에만 18개 학교가 통·폐합 대상에 올랐다.
그 다음으로 상권이 사라지면서 자영업이 붕괴된다. 장흥, 고흥, 곡성 등 전남 중소도시는 5년 전 대비 전체 점포 수가 15~3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중심가마저 '텅 빈 거리'가 되는 현상이 관측되고 있으며, 아파트 단지 내 상가는 공실률 50% 이상인 곳도 많다.
뿐만 아니라 읍면이 사라지며 행정이 해체된다. 전북 무주, 전남 신안 일부 섬 지역에서는 행정 효율화를 이유로 읍·면 폐지 및 통합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주민들이 기본 행정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구조적 배제로 이어지며, 결과적으로 이탈 가속 요인이 된다.
생활인구 vs 주민등록인구 – 우리가 놓치고 있는 숫자
'인구'는 주소에 있는 것이 아니다. 휴대폰 신호, 카드 결제, 교통 흐름 등 빅데이터 기반의 생활인구(Living Population)는 행정계획과 지역경제에 더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
2024년 행안부 분석에 따르면, 가평군은 주민등록 인구는 6만 명대지만, 연간 체류인구는 765만 명으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반면, 전남 다수 시군은 실질 생활인구가 100만 명을 넘지 못하며 체류형 콘텐츠 부족이 드러났다. 이 같은 '생활의 빈자리'는 통계보다 먼저 체감으로 찾아온다.
지역소멸은 수치보다 마을 풍경에서 먼저 감지된다. 어린이 울음소리가 끊긴 골목, 저녁에도 불 꺼진 아파트 단지, 셔터 내린 채 몇 년째 방치된 상가, 한 달에 한 번도 들르지 않는 읍면 행정센터. 이것이 바로 현재 대한민국 ‘인구감소지역’이 맞이하고 있는 슬픈 일상이다.
인구문제 관계자들은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단지 출산율이 낮다는 것이 아니다"면서 "단지 사람들이 안 돌아온다는 것도 아니다"고 가능성을 말한다.
그들은 "이제는 '사는 사람'보다 '머무는 사람'을 늘릴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주민등록 숫자가 아닌, 사람의 발걸음을 붙잡을 수 있는 도시, 이동하는 인구를 맞이할 준비가 된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AI와 데이터로 생활 인구를 분석하고, 필요한 정책을 실시간 설계할 수 있는 도시, 그 도시만이 앞으로 살아남는다"고 경고했다.
②편에선 [생활인구가 도시를 살린다 – 가평에서 찾은 생존 전략]을 통해 단순 관광을 넘어선 '체류의 전환', 전남 동부권이 가평에서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짚어본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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